[밀물썰물] 켄타우로스 변이
수석논설위원
켄타우로스(Centaurus)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한다.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반인반마(半人半馬) 종족이다. 대부분 성질이 난폭하고 전투력이 강한 모습으로 나온다. ‘나니아 연대기’에 등장하는 켄타우로스도 최후의 순간까지 싸우다 전사했다. 신화 속 켄타우로스가 현실의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인도에서 우세종이 되었고, 미국·호주·독일·영국·일본 등으로 퍼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60대가 최근 켄타우로스 변이에 처음으로 확진되는 일이 있었다. 켄타우로스가 한반도에 상륙한 것이다.
켄타우로스는 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 바이러스인 BA.2.75를 일컫는 용어다. 스텔스 오미크론인 BA.2에서 파생된 변이이자, 현재 전 세계 코로나 유행을 주도하는 BA.5와 많은 돌연변이를 공유한다. 한 트위터 이용자가 BA.2.75는 BA.2와 BA.5를 반반 섞은 것 같다는 의미로 켄타우로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켄타우로스 변이는 BA.5보다 3.2배나 강한 전파력을 지녔다. 또 BA.2는 면역을 회피하는 스파이크 유전자 변이 수가 28개인데 켄타우로스는 36개로 많다. 따라서 백신이나 자연 감염으로 생긴 중화항체를 무력화하고 돌파 감염이나 재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지난 11일 켄타우로스 변이가 국내에서 나오고 열흘이 지났지만 아직 추가 확진자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일부만 변이 분석을 해서 켄타우로스가 국내에 퍼졌지만 감시망에 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방역 당국은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된 검체 중 1~2%를 무작위로 추출해 변이 여부를 분석한다.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은 사람은 변이 분석에서 제외한다. 60세 미만은 대부분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니 청장년층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변이 바이러스 분석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작위 샘플 검사에서 켄타우로스 변이가 확인되었다면 이미 지역사회에 퍼져 있다고 봐야 한다. 전파력이 강한 두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짧은 간격을 두고 이뤄져 걱정이다. 현재 우세종인 BA.5로 인한 유행 정점이 나타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켄타우로스의 다른 정점이 나타나는 ‘쌍봉형 유행’이 우려된다고 한다. 코로나 전체 유행의 크기가 커지고 기간은 길어진다는 이야기다.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현 정부가 그렇게 외친 ‘과학 방역’의 실체는 대체 무엇인가.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