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남의 영화세상] 안녕, 비키!
영화평론가
지난 8일 열린 ‘비키’ 개막식. 부산일보DB
부산은 영화의 도시답게 영화제 또한 쉬지 않고 열린다. 부산국제단편영화제로 문을 열고, 여름이 오면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이하 ‘비키’)가 개최된다. 이후에는 해양영화제, 아랍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부산독립영화제, 부산평화영화제 등등 크고 작은 특색 있는 영화제들이 준비 중에 있다. 그중 7월 8일부터 17일까지 개최된 비키는 그 이름에 걸맞게 어린이와 청소년이 영화를 보고, 만들고 이끄는 영화제다.
올해 처음으로 영화제들이 정상 운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키의 경우, 학생들이 영화를 관람하고 포럼에 참석하기에 다른 영화제들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니 영화제 측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운영해야 할지 고민이 깊지 않았을까 싶다. 우려 속에서 17번째로 열리는 비키의 개막전은 화려했고, 모든 작품들에 감독과의 대화(GV)가 열렸으며, 부대행사들도 볼거리로 넘쳐났다.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17일 폐막, 볼거리·행사 다양
‘비키즈’ 기획·진행 포럼 ‘눈길’
학생 단체 관람, 참여 의미 더해
개인적으로 관심 있었던 섹션은 어린이청소년집행위원(비키즈)이 직접 기획해 진행하는 포럼이었다. 포럼은 7월 9일 각각 다른 주제로 3회 진행되었는데, 그 중 ‘청소년 보호와 등급분류’ 포럼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단연 화두였다. 이 작품은 한국의 청소년들은 볼 수 없는 청불 등급을 받았지만, 유튜브에서 돌고 있는 영상들이 학생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면서 이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소년심판’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한공주’ 등 청소년들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학생들이 볼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며 개선 방안이 필요함을 분석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비키들의 발제가 끝난 이후 청중들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그중 기억에 남는 부분은 15세 관람가 다음 등급이 청소년관람불가인데, 간격이 매우 넓고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지식이나 삶이 다르기 때문에 17세 등급을 만들자는 의견이었다. OTT 등급제의 유연한 방식이 필요하다는 등의 소신 있는 의견을 피력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직원도 참여해 등급제도의 고민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도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비키는 다른 어린이 영화제들과 달리 경쟁부문 ‘레디 액션’은 영화제작과 심사, 평가까지 모든 과정에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 운영되었는데, 이런 점만 보아도 영화제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개막작이기도 했던 판 날린 감독의 ‘안녕, 시네마 천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아이에겐 감성을, 어른들에겐 감동’이라는 영화제의 슬로건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면서, 우리의 꿈이 무엇인지 말을 건네고 있기 때문이다. 소년 ‘사메이’는 영화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모든 일상이 영화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영화를 보기 위해 돈을 훔치고, 학교를 빠지고 우연히 알게 된 ‘페이잘’과 은밀한 거래까지 하면서 사메이는 35mm 영화를 찍는 꿈을 꾸게 된다. 이 영화에는 어린 시절 무언가를 열망하고 꿈을 좇던 우리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그 무엇도 걱정하지 않던 그 시절을 기억하게 만들어서 한편으로 가슴 뭉클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눈에 띄었던 장면 중 하나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인솔해 단체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친구들과 손을 잡고 극장 구경을 온 아이들은 영화가 상영되는 간간이 적당히 소란스러웠으며, 영화가 끝난 후 손을 번쩍번쩍 들어 감독에게 질문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영화제의 일원으로 참여했다. 물론 그 질문이 영화와 관계없을지라도 아이들의 요란함과 분주함이 어린이·청소년 영화제만이 주는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절대 컴퓨터 화면이 줄 수 없는 설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