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8살 아이 목 물고 흔든 개 포획하고도 제때 ‘압수 결정’ 못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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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획 후 압수 영장 신청 외면
견주가 사고견 데려가기도
뒤늦게 권한포기각서 접수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A 군이 자신에게 달려는 진도 믹스견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보배드림 게시물 캡처. 지난 11일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 단지에서 8살 A 군이 자신에게 달려는 진도 믹스견을 피해 달아나고 있다. 보배드림 게시물 캡처.

울산 경찰이 8살 아이의 목을 물어 크게 다치게 한 사고견(부산일보 7월 18일 자 11면 보도)을 포획하고도 견주에게 즉시 임의제출을 요구하거나 압수 영장 신청 등 사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견주가 경찰 조사도 받기 전에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다시 사고견을 데려갔고, 피해 아동 가족이 풀려난 개를 보고 경찰에 거세게 항의한 것도 이 같은 초동 조치가 부실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특히 경찰의 부실한 대응으로 사고견이 잠시 풀려났을 때 견주의 눈을 피해 다시 목줄을 끊고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다.

2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1일 오후 1시 25분 울산시 울주군 한 아파트단지 안을 돌아다니던 잡종 진도견이 8살 A 군에게 달려들었다.

A 군은 필사적으로 도망갔지만 이내 개에게 물려 넘어졌고, 개는 넘어져 축 늘어진 아이의 목 부위를 무는 등 2분 넘게 강한 공격 성향을 드러냈다. 당시 이 모습을 목격한 택배기사가 자신의 손수레를 휘둘러 개를 A 군에게서 떼어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119구조대와 함께 사고 현장을 배회하다 놀이터에 있던 개를 포획했고, 119구조대가 유기동물보호소에 사고견을 인계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견주가 사고 당일 경찰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사고견을 건네받아 집으로 데리고 간 것이다.

경찰은 이 사실을 접한 피해 아동 가족의 강한 항의를 받고서야 견주에게 권한포기각서를 받고 임의제출 형식으로 사고견을 다시 유기동물보호소에 맡겼다. 피해 아동 가족이 이 사실을 항의하기 전까지 경찰은 사고견이 풀려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얘기다.

경찰은 사고 직후 견주 B(70대 후반) 씨를 과실치상 혐의로 조사했고, 이 과정에서 사고견의 강한 공격성을 확인했다면 곧바로 견주를 상대로 압수 과정을 거치는 게 일반적이다. 형사소송법은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해 압류 등 강제집행 대상으로 보는데, 경찰이 임의제출을 요구하거나 이를 거부당했을 경우 압수 영장을 신청할 수 있다.

경찰이 사후 조치에 엄격했더라면 견주가 유기동물보호소에서 개를 돌려받는 일도, 피해 아동의 부모가 경찰에 항의하는 일도, 경찰이 뒤늦게 임의제출 형식으로 사고견을 압수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울주경찰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사고견을) 압수했으면 문제가 없다. 위험 방지 조치만 한 것인데, 비례 원칙상 더 나아가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출동 당시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개가 아이를 물고 있는 상황은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 개는 현장을 이탈해 약 20m 떨어진 놀이터에 있었다”며 “일단 개가 다른 사람을 공격할 수 있어서 개를 격리해 놓는 게 현장 조치 1순위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근 사고견에 대해 울산지검에 안락사 지휘를 요청한 것도 성급했다는 지적이 있다.

검찰이 형사소송법에 따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등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압수물은 사건 종결 전에 폐기처분할 수 있지만, 이 사건의 압수물인 사고견은 비록 사람을 물어 중한 상해를 야기했더라도 지금까지 수사한 내용만으로 위험 발생 염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찰이 경찰 수사의 미진한 부분을 지적하는 동시에 아직 해당 사건에 대해 기소도 하기 전이어서 증거물인 압수견을 섣불리 폐기처분할 수 없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무엇보다 경찰이 ‘뒷북 조치’로 여론이 좋지 않자 무리하게 사고견의 안락사를 밀어부친 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찰은 검찰과 논의해 법리 검토와 보강 수사를 거쳐 사고견에 대한 처리 여부를 다시 결정할 예정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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