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리의 묘념묘상] 숨바꼭질이 얼른 끝나길
디지털미디어부 뉴콘텐츠팀 기자
고양이는 숨바꼭질을 좋아합니다. <부산일보> 편집국 고양이 출신, 제 반려묘 '우주'도 이 놀이를 좋아하죠. 평소엔 늘 옆에 있지만 가끔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한참 찾으러 다녀도 대꾸도 하지 않습니다. 겨우 찾고 보면 졸린 듯 눈을 느리게 끔뻑이곤 합니다.
이 숨바꼭질을 빨리 끝내는 방법이 있습니다. 간식 통을 흔들면 ‘빛의 속도’로 달려오는 우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숨바꼭질 놀이가 길어지면 초조해집니다. 올해 초 그날도 그랬습니다.
그날은 이사 다음 날이었습니다. 이사를 도와주신 부모님과 함께 맞은 아침. 어머니와 식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했습니다. 우주가 30분 넘도록 보이지 않았던 거죠. 간식 통을 흔들었습니다. 평소 같으면 5초 안에 달려오는 녀석인데 1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죠.
아침에 현관문은 두 번 열렸습니다. 가구 들일 때 한 번, 장보러 가느라 또 한 번. 이때 나간 걸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제 번호가 적힌 목걸이를 채워놓긴 했지만,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바깥 수색에 나섰습니다. 20층 계단을 수도 없이 오르내리며 애타게 이름을 불렀습니다. 실종된 지 1시간이 넘어가자 더 조급해졌습니다. 무턱대고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시간 싸움. ‘고양이 탐정’도 불렀습니다. 출장비가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탐정을 기다리는 동안 ‘고양이를 찾았다’는 성공 후기들을 보며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하나의 글. 이사한 다음 날 고양이가 없어졌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던 녀석이 싱크대 아래 막아놓은 공간에 숨어있었다는 글이었죠. ‘여기를 봤던가?’ 집으로 뛰어갔습니다. 싱크대 하부장 문을 열자 어머니가 “거긴 아까 봤다”고 하십니다.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쫑긋’ 움직임이 느껴졌습니다. 간식 통을 흔드니, 좁은 틈을 비집고 나오는 녀석. 순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습니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녀석을 3시간 만에 마주하자, 안도의 울음과 허탈한 웃음이 동시에 터졌습니다.
숨은 ‘우주’ 찾기. 여러분은 우주를 찾으셨나요? 정답은 기사 마지막에 올려놓겠습니다. 서유리 기자 yool@
그리고 그제야 알게 됐습니다. 가족과 같은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나날이 늘어나는 유기 동물의 숫자. 그 숫자 안에는 유실 동물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쁜 마음으로 유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잠깐의 실수로 가족을 잃어버린 경우일 수도 있는 거죠. 반려견 등록제는 의무입니다. 이제 올해 2월부터는 반려묘도 전국 어디에서나 등록 가능해졌습니다.
동네 커뮤니티 앱과 반려동물 관련 앱에는 매일같이 실종 반려동물을 찾는 글이 올라옵니다. 유난이라 생각지 말고, 한 번만 더 관심 두고 바라봐주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아직도 긴긴 숨바꼭질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분들께 위로를 전합니다.
이사 온 다음 날 싱크대 하부장 안에 숨어 있던 ‘우주’. 요즘도 하부장 문을 열어놓으면 가끔 들어가곤 합니다. 서유리 기자 yool@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