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이베리아반도에도 이슬람 문명은 꽃피었다
스페인의 역사 / 브라이언 캐틀러스
이 책은 제목처럼 스페인 역사 전체를 다루지는 않는다. 붉은 보석 알함브라 궁전, 쌀로 만든 전통 음식 파에야 등은 현재 에스파냐와 다른 이국적인 느낌을 안긴다. 그 이유는 8세기부터 약 900년간 기독교도, 무슬림, 유대인이 이 땅을 터전 삼아 더불어 살았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역사〉는 그 시대의 스페인 특히 알 안달루스(al Andalus·무슬림이 점령한 지역)에서 일어난 역사를 새로운 시각과 관점 아래 서술하고 있다. 당시 칼리프 체제 아래에서 무슬림, 기독교도, 유대인들은 관용과 공존, 조화 속에서 살았다. 수도 코르도바는 ‘세계의 보석’으로 지식인이 교류하는 국제적 문화 도시였다.
하지만 중세에 들어 힘의 균형이 점차 북쪽 기독교 왕국들 쪽으로 기울어져 갔다. 자연스레 과거에 빼앗긴 영토를 ‘레콘키스타(재정복)’ 하려는 움직임이 생기면서 이베리아반도는 종교 전쟁의 무대로 변하고 만다. 결국 이 싸움은 1492년 기독교도들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나 이념이 아닌 인간의 본능적인 ‘실용주의’에 초점을 맞춰 역사를 재구성한다.
아울러 이슬람 선진 문명을 유럽에 전달한 알 안달루스의 역할을 상세히 전한다. 무슬림들은 그리스-로마 문명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발전시켜 문명을 꽃피웠다.
그 덕분에 서유럽은 잊어버린 문명을 되찾기 시작해 암흑시대에서 서서히 벗어났다. 이슬람 문명이 없었다면 르네상스도, 17세기 과학혁명도 없었을 것이라는 말이 가능하다. 브라이언 캐틀러스 지음/김원중 옮김/도서출판 길/624쪽/4만 2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