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리스크' 관리 나선 대통령실, 1호는 ‘출근길 문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지지율 반등을 위해 본격적인 ‘메시지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Door-Stepping)이 첫 정비 대상이다.
윤 대통령이 좀 더 정제된 메시지에 집중하는 한편 대통령실 참모와 장관들의 대국민 노출 빈도를 높여 시선을 분산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잠깐 중단됐다 재개된 지난 12일 도어스테핑 때부터 2~3개의 질문에만 답하고, 특히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자제하고 있다.
즉흥적·감정적인 화법 논란에
윤, 최근 들어 ‘구체 답변’ 자제
장관들에 직접 소통 행보 주문
지지율 반등 위해 참모들도 가담
윤 대통령은 21일 도어스테핑에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파업 사태와 관련, “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출근길 문답에서 “국민이나 정부나 다 많이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라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해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20일 같은 질문에는 “거기에 대해선 더 답변 안 하겠다”며 선을 그었고, 이날도 원칙적인 입장만 내놓은 것이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8·15 사면론이 제기된다는 질문에는 “과거부터 사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범위로 한다든지 그런 것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고 말을 아꼈다.
이전에 많게는 7~8개까지 질문을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들었고, 방담에 가까운 장시간의 질의응답에 때로는 팔을 휘두르며 격앙된 어조로 거친 발언을 쏟아내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처럼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화법으로 지적을 받아온 도어스테핑이 형식뿐만 아니라 내용에서도 변화를 보인 데 대해 긍정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메시지 관리 방식이 약간 선회한 것 같다’는 질문에 “불필요한 언급을 자제하는 것 같다”며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니 약간 안정감이 든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 참모진과 장관들을 전면 배치해 국정 홍보에 있어서 주도자 역할을 맡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장관들은 따로 취재진과 브리핑을 하는데, 이 역시 과거 정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 지난주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등이 업무보고를 마친 뒤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예전에는 청와대 업무보고를 마친 장관들이 대통령을 의식해 최대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면서 “윤 대통령은 장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국무회의에서는 “앞으로 ‘스타 장관’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언론에 장관들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와도 좋다”고 소통 강화를 주문했다.
대통령실 참모들도 대국민 소통에 본격적으로 가담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단 한 차례도 언론 브리핑에 나서지 않았던 최영범 홍보수석이 지난 17일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고 ‘탈북 어민 북송’ 문제에 대해 전임 정부를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조만간 비서실장과 수석들이 정례적으로 기자실을 찾아 주요 이슈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달하고 시중 여론을 가감없이 듣는 자리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겉으로는 일시적인 지지율 흐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모습이지만 수석급부터 행정요원들까지 대통령실 전체가 바짝 긴장한 채 소통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