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하청업체 노사, ‘임금 인상’ 합의…노조 상대 손배소 철회 문제가 ‘막판 발목’
노조, 사측의 4.5% 임금 인상안 수용
사측 “소송, 개별 협력사가 결정할 사안”
실직 조합원 고용 승계 문제도 ‘복병’
박진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21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독 화물창 바닥 철 구조물 안에서 농성 중인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사태가 50일째 접어든 21일 노사 모두 ‘벼랑 끝 협상’을 통해 최종 결판을 내게 됐다. 노사 대화가 마지막 매듭을 풀지 못하고 공전하는 사이에 정부와 경찰이 공권력 투입을 계속 시사하는 등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는 분위기다.
대우조선 사내협력사협의회와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21일 오전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전날인 20일 12시간가량 ‘마라톤 협상’을 끝내고 사실상 여름휴가 전 마지막 대화에 돌입한 것이다.
일단 임금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 하청노조는 애초 임금 30% 인상에서 사측이 제시한 4.5% 인상안을 받아들이기로 해 타협점을 찾았다. 양측은 ‘노동조합 활동 인정’과 관련, 노조가 요구안의 절반 정도를 얻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파업 피해와 관련한 손해배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노조는 임금인상과 별도로 손해배상 소송 계획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고, 사측은 ‘개별 협력사가 결정할 문제여서 협상 안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재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협력사가 소송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폐업한 하청업체에서 근무한 조합원의 고용 승계 문제도 복병으로 떠올랐다. 노조는 업체 폐업으로 실직한 조합원 수십 명을 고용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사측은 고용 보장에 난색을 보이며 ‘실업급여를 받는 9개월 이후에도 취업이 안 되면 일자리를 알선하겠다’고 제안했다.
양측이 결국 손배소와 고용승계 문제에서 접점을 찾아야만 이번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번 협상이 결렬되면 공권력 투입으로 무게추가 쏠릴 전망이다. 경찰은 파업 현장인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 대규모 인력 투입과 시기 등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한 차례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던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문답 과정에서 “빨리 불법행위를 풀고 정상화시키는 게 국민 모두가 바라는 것이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회견을 열고 “정부는 대우조선 사태의 원인 진단과 해법 모색 없이 노동자에 대한 협박과 공권력 투입을 통한 문제 해결만 강조했다”며 “정부가 하청노동자의 투쟁을 폭력으로 짓밟으면 정부와 노동자의 전면 대결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하청 노조 파업에 반대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 조합원들은 이날 금속노조 탈퇴를 안건으로 찬반 투표에 들어갔다. 재적인원 과반이 참여,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으면 대우조선지회는 금속노조에서 탈퇴한다. 결과는 22일 오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