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거대 기업 투자 유치에 ‘알짜 유휴 시유지’ 적극 활용
부산시는 대규모 외자 유치를 통해 지역에 양자컴퓨터 콤플렉스(복합단지)를 조성하기로 했다. 콤플렉스가 들어설 장소로 가장 유력한 해운대 센텀시티의 세가사미 부지. 정종회 기자 jjh@
부산 해운대구 센텀시티의 노른자위인 일명 ‘세가사미 부지’가 IBM 등이 입주하는 양자컴퓨터 집적단지로 급부상하면서, 오랫동안 방치된 시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부산시는 인지도가 높은 메이저급 기업 유치에 도심 속 ‘알짜’ 시유지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세가사미 부지로 관심 급부상
해운대백병원 인근 공영주차장
BIBC 후보지로 물망에 올라
수영구 민락동 옛 청구마트 부지
개발 가치 높은 곳으로 평가받아
■세가사미 부지, 이젠 IBM 부지로
IBM 등 양자컴퓨터 관련 업체가 들어설 벡스코 부대시설 부지(9911.2㎡)는 그동안 ‘세가사미 부지’로 불렸다. 2013년 일본계 기업인 세가사미가 특급호텔이 포함된 관광복합시설로 개발하기 위해 부산시로부터 1132억 원에 부지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비 부담으로 착공을 미루다 4년 만에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부산시는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나섰지만, 적당한 사업자를 찾지 못해 부지가 장기간 방치됐다. 세가사미가 매입하기 전에는 현대백화점이 투자사업을 하기로 했으나, 착공을 미루면서 민간투자사업자 지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20년 넘게 센텀시티 내 핵심 요지가 방치되면서, 지역 경제에 큰 손실이라는 비판이 높았다. 하지만 주거시설이 아닌 다른 용도로 개발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도 받았다.
인근 약 5000평 규모의 신세계 센텀시티 주차장 부지도 오랫동안 방치돼 있다. 그동안 신세계 측은 센세계센텀시티와 신세계몰, 롯데백화점 등으로 일대 판매 시설이 포화상태여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집객 시설에 대한 고민이 컸다.
현재 내부적으로 판매시설과 연계한 호텔, 레지던스 등 관광시설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몇 년 사이 대내외적인 경영 환경이 크게 바뀌면서 회사 내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고 있다”며 “내년 하반기 개발 계획을 수립해 이후 착공할 수 있도록 사업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해안가 주요 유휴부지들 주목
해운대구 벡스코 부대시설 부지 이외에 부산의 대표적인 유휴 시유지로는 해운대백병원 인근 공영주차장 부지가 꼽힌다. 해운대구 좌동 1428 일원 1만 3991.5㎡ 규모의 부지로, 해운대신시가지 내에 위치해 각종 문화·생활 편의시설과 가깝다. 도시철도 2호선 장산역과도 도보 10분 거리여서 교통 접근성도 높다.
지난해 말 해운대백병원 측이 증축을 위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으나, 반대 여론이 거세 별다른 진전은 없다. 최근에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부산국제블록체인비즈니스센터(BIBC)의 후보지로도 물망에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BIBC는 지상 45층(최대) 3동 건물에 100여 기업이 입주해 5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구상 중이다. 당초 문현금융단지 내 일반용지가 유력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최근 이전이 구체화되고 있는 산업은행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다른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대백병원 공영주차장 부지는 주거선호도가 높은 해운대 지역에 위치한 데다 부지 면적도 커서 이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해운대신시가지의 외곽에 위치하고, 인근에 생활쓰레기·하수 처리장이 있어 BIBC 부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수영구 민락동 옛 청구마트 부지도 주요 장기 미활용 시유지다. 민락동 110-23 일원의 6105㎡ 규모로, 1998년 4월 부산시가 취득했다. 부산시는 취득한 이듬해 청구파이낸스와 매매계약을 맺었지만 업체 부도로 사업이 무산된 후 2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부산시는 그동안 SM타운, 유커식당 등 민간사업을 유치하려고 시도했으나 번번이 좌초됐다. 한때 119안전선테와 문화관광 복합시설 조성이 검토됐지만, 이마저도 논의가 흐지부지하다.
민락수변공원을 끼고 있고, 광안대교 조망이 가능해 개발 가치가 높은 부지로 평가받는다. 최근 젊은 인구 유입이 늘고, 주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면서 부지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시설이 들어서기에는 부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는 평가도 나온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