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홍 작가 “관객의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것이 희곡의 뜨거운 힘”
여섯 번째 희곡집 ‘섬섬옥수’ 출간 김문홍 작가
김문홍 작가의 <섬섬옥수> 출간을 함께 누리고 축하하는 북콘서트가 최근 문화공간 ‘프라미스랜드’에서 열렸다. 김문홍 제공
그는 이런 말을 책 머리에 써놨다. “30대 중반에 희곡을 쓰기 시작했으나 희곡이 뭔지 조금 알게 된 것은 60세가 넘어서였다. 모든 것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절제와 여백이 필요하다는 것, 대사의 시적 은유와 상징성, 또한 관객 의식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행동까지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 희곡의 힘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사랑 4부작’ 이름으로 네 편 실어
‘부자·가족·예술·민주’ 사랑 다뤄
사회 부조리 이슈화 ‘불씨’ 강조
최근 출간 기념 북콘서트도 열어
소설·동화·희곡 쓰기와 연극평론을 오가는 김문홍(사진·77) 작가가 여섯 번째 창작희곡집 〈섬섬옥수〉(연극과인간)를 냈다. ‘사랑 4부작’이란 이름을 붙여 네 편의 희곡을 실었다. ‘애끊다’는 영조와 사도세자의 애증에 얽힌 부자간의 사랑을 다뤘고, ‘섶자리’는 가족간의 혈육적인 사랑을 탐구했다. ‘눈보라 치는 밤, 집을 떠나다’는 광기와 저항으로 스스로 눈을 찌른 화가 최북을 통해 예술에 대한 사랑을 다룬 야심작이라고 한다.
표제작 ‘섬섬옥수’는 민주화 과정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통해 사랑의 본질과 순수성, 그리고 시대에 대해 질문한다. 등장인물 이름이 상징적이다. 민주화 과정에 투신한 이들 중 장‘민주’는 방황하다 거리의 부랑인으로 죽음을 맞고 ‘황금’식은 돈을, ‘권세’영은 권력을 좇으며 변신했다. ‘섬섬옥수’라는 별명의 하옥수는 ‘민주’에 대한 사랑을 올곧게 지키지 못하고 넋이 나간 것처럼 이상하게 변했다. ‘황금’과 ‘권세’를 떨치지 못하고 그것에 휘둘리다가 ‘민주’에 대한 사랑마저도 파탄 나는 우리 시대 모습이 얼비치는 설정이다.
그는 “희곡은 재미도 중요하지만 인간을 인간답지 못하게 하는 사회 체제의 부조리를 문제 삼는 불씨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희곡은 ‘뜨거운 것’이라는 말이다. 1980년 첫 희곡 ‘수직환상’도 혹독한 신군부 시절을 은유한 작품이었는데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할 때 혹시나 하며 마음을 졸였다고 한다. 이후 ‘불씨’를 지향한 그의 희곡 30여 편은 부산의 여러 극단들에 의해 공연됐다.
2014년부터 최우석 치과원장의 재정적 도움으로 그의 이름을 내건 ‘김문홍희곡상’이 운영 중이다. 사실 생존 작가의 이름을 내걸었다는 거부감도 없지 않았다고 한다. “부산 지역에서 희곡 창작을 가장 오래 한 내 이름을 빌렸을 뿐이지 한 개인을 기리는 상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싶다”는 게 그의 말이다.
“희곡의 무대화를 지켜보는 것은 무한한 즐거움이에요. 관객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발견할 때 그 현장성과 직접성의 흥분과 설렘이 40년 이상 나를 연극 현장에 붙들어 두었습니다.” 그는 “이번 희곡집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며 “눈이 침침해지는 이제 관객으로 돌아가야 할 거 같다”고 했다.
‘연극이 사라진 무대에는 희곡만 오롯이 남는다’라는 문구를 새기며 그는 “희곡이 제대로 된 대접을 받는 풍토가 더 성숙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 14일 김문홍 작가의 〈섬섬옥수〉 출간을 함께 누리고 축하하는 북콘서트가 문화공간 ‘프라미스랜드’에서 훈훈하게 열렸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