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센텀 마지막 노른자위
2003년 일본 최대 파친코 업체 사미와 게임 업체 세가가 통합을 전격 발표했다. 사미가 세가를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소니, 닌텐도와 함께 ‘게임 빅3’로 불리며 세계 게임 업계를 주름잡던 세가가 파친코 업체에 먹힌 것이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세가사미의 탄생 과정이다. 세가사미라는 이름이 부산에 알려진 것은 2013년 센텀시티 마지막 노른자위 땅인 벡스코 부대시설 부지 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다. 세가사미 그룹은 이 부지에 2016년 완공 목표로 지하 7층, 지상 39층 규모의 특급호텔, 디지털 테마파크, BBC 교육 전시관 등 복합 관광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 기업 참여에 위락시설이 포함돼 특혜 논란이 일었지만 장기 방치 부지인데다 외자 유치 명분으로 사업이 성사됐다.
앞서 시는 1998년 센텀지구 개발 당시 현대그룹과 벡스코 출자에 합의한 후 2000년 부대시설 부지 민간투자 사업자로 현대백화점을 지정했다. 현대백화점은 장기간 착공을 미뤘고 시는 2012년 사업자 지정을 취소한 후 해당 부지에 대한 공모를 통해 세가사미에 넘겼다. 그러나 세가사미도 엔저에 따른 투자수익 감소 등을 이유로 사업을 미적댔고 결국 2017년 계약이 해지됐다. 이후 시는 공공개발로 전환했지만 참여 업체가 없어 이 금싸라기 땅이 ‘세가사미’라는 이름의 빈터로 방치돼 온 것이다.
시가 최근 미국 IBM과 부산에 양자컴퓨터 R&D 클러스터를 조성키로 하고 세가사미 부지를 검토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 현상을 제어해 슈퍼컴퓨터와 차원이 다른 엄청난 속도의 연산을 수행하는 미래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 분야다. 영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짧은 시간 1400만 개 경우의 수를 모두 체크한 다음 어벤져스가 이길 수 있는 단 하나의 경우를 찾아 승리를 이끄는 장면이 양자컴퓨터 활용 사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이 경쟁적으로 양자기술에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는 연구와 인력 모두 선두권과 격차가 크다. 시와 IBM의 협약 체결을 계기로 센텀의 마지막 남은 노른자위 땅이 부산의 미래 산업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문제는 부지 개발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자칫 잘못하면 명분은 온데간데없이 난개발로 흐를 위험도 있다. 개발 수익과 미래 산업 생태계 조성이라는 명분을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지 지혜가 필요한 대목이다.
강윤경 기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