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메가시티 완성하는 삼총사를 기대한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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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All for One, One for All).’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작중 구호다. 한반도 동남권에 위치한 부산·울산·경남은 거대한 수도권에 대응해야 하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삼총사나 다름없다.

대한민국은 돈과 사람, 기반시설 등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돼 각종 폐해가 크다. 국토의 12%인 수도권에 인구 50%, 상장회사 72%, 예금 70%, 대학·일자리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지역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지방은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수도권 집중화에 맞서 부산·울산·경남이 공동으로 대응하고자 구상한 것이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이다. 수도권에 비해 세력이 약한 부산·울산·경남 각자는 홀로 서기 어렵고 개별적 노력은 한계가 있다. 자본과 일자리, 사람이 모두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만 쏠리는 상황에서 부산·울산·경남은 공동 전선을 형성할 수밖에 없는 삼총사인 셈이다.

그런데 민선 7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부울경 메가시티가 민선 8기 들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시작부터 ‘새판짜기’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민선 7기 시절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같은 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의기투합해 급물살을 탔다. 이후 오 전 부산시장이 성비위 사건에 연루돼 중도 하차하면서 국민의힘 소속인 박형준 부산시장으로 바뀌었으나 메가시티 추진은 멈추지 않았다.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 4월 19일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안을 만들고 특별연합 행정기구 설치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메가시티를 앞장서 추진했던 박형준 부산시장만 재선에 성공하고 울산시장과 경남지사가 바뀌면서 메가시티 추진 문제가 제동이 걸린 상태다. 공교롭게도 민선 8기 부울경 광역단체장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 집권 여당과 소통하며 앞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 힘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부울경 메가시티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울산과 경남의 새 단체장이 취임 후 재검토와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메가시티를 이끌어 갈 특별자치단체인 부울경 특별연합이 예정된 내년 1월 1일부터 사무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수도권에 맞설 새로운 경제공동체 건설의 꿈이 점점 멀어져 갈 우려가 크다.

추진 동력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부산·울산·경남 시도지사가 지난 21일 부산에서 처음 만났다. 취임 후 첫 회동인 만큼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데다 서로 입장차를 보였던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해 회동 이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취임 이전부터 세 단체장의 입장이 달랐던 사안인 만큼, 이번 회동을 통해 의견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지만 답답한 상황이다.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서 삼총사끼리 내 것 네 것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삼총사의 생존을 위해 ‘하나를 위한 모두, 모두를 위한 하나’의 구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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