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팬데믹 일자리 감소 90% 여성, 부산 왜 이러나
코로나19 사태 고용 한파 직격탄
여성 일자리 관심 제고 계기 돼야
코로나 팬데믹으로 부산 여성 일자리가 90% 가까이 급감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인 2019년 부산시청에서 열린 여성 취·창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려든 모습. 부산일보DB
코로나19 사태로 부산 지역 여성들이 ‘고용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드러났다. 팬데믹 직후 부산 여성들의 일자리 감소 수치는 그야말로 충격적이다. 통계청의 2020년과 2021년 1분기 자료를 비교한 결과, 줄어든 부산의 취업자 3만 3000명 가운데 여성이 2만 9000명에 달했다. 1년 새 부산의 여성 취업자가 90% 가까이 증발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수치를 비교하자면, 취업자 남성이 1명 줄어들 때 여성은 1.5~2명가량 감소했지만, 부산 여성 감소분은 무려 8명이었다. 그만큼 부산 여성들이 팬데믹 기간 중 일자리가 없어 고통을 겪은 것인데, 전국에서도 최악의 상황이었음을 알 수 있다.
통상적인 경기침체 시기에는 남성의 고용이 큰 타격을 받기 마련이라고 한다. 제조업 같은 남성 취업자 비중이 높은 산업이 경기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시기는 여성 고용이 남성보다 악화되는 새로운 양상을 보인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실제로 2020년 초기 2분기에만 41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여성이 25만 명으로 남성 16만 명보다 더 많았다. 여성 비중이 높은 대면 산업의 약화와 가정 내 육아와 돌봄 영역의 필요성 증대 등이 두루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물론 팬데믹과 여성 고용의 상관관계 분석은 향후 장기적인 연구를 필요로 하겠지만 여성의 일자리를 큰 폭으로 감소시킨 주범이 코로나 팬데믹과 관련돼 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이런 가운데 부산 지역 여성의 고용이나 경제활동 상황이 전국에서도 가장 열악하다는 사실은 대단히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국적으로 고용률의 남녀 성별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꾸준히 줄어드는 반면 부산은 2019년부터 오히려 격차가 커지는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결국 이는 경제활동 참가율 전국 최하위,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낮은 임금(2020년), 여성의 빈곤율 증가 등 부산 여성의 암울한 경제 지표와 그대로 맞물려 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맞물린 부산 여성의 열악한 고용 현실은 죽고 사는 생사의 문제가 돼 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고용 한파는 부산 여성에게 유난히 혹독했으나 그 해결책을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팬데믹 기간 부산 여성이 고용·취업 측면에서 취약했던 것은 부산의 오랜 산업구조 탓이 크다. 주로 숙박·요식업, 교육서비스업, 도소매업 등 전통적인 대면 관련 산업 말고는 여성 인력을 새롭게 흡수할 영역이 없다. 여성 고용 활성화는 결국 신산업 창출과 지역 산업구조 재편과 관련된 문제다. 이런 암울한 현실 앞에서 부산시가 얼마나 깊게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은 여성도 살기 좋은 도시 부산이라야 한다. 이번 팬데믹 고용 지표가 부산 여성의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라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