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대 강’ 대치 경찰국 갈등,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나…여진은 계속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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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2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맞은편 경찰기념공원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하는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경감·경위급 일선 경찰관들이 30일 개최하려던 전국 경찰회의가 취소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지난 23일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라고 비판하고 경찰 지휘부도 주도자 대기 발령과 참석자 감찰 등으로 강경 대응하며 갈등이 격화했지만, 전국 경찰회의가 철회되면서 집단 움직임은 일단 소강 국면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국 지구대장·파출소장 회의를 제안했던 류근창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경감)이 강행 의사를 나타내면서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전국 경찰회의를 주도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7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 철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경감은 “어제 국무회의 통과로 경찰국 설치가 확정됨에 따라 어떠한 사회적 해결 방법이 없어진 현실에서 전체 경찰 이름의 사회적 의견 표명은 화풀이는 될지언정, 사회적 우려와 부담을 줘 경찰 전체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14만 동료 경찰들의 피땀 흘린 노력들로 우리 국민, 국회, 사회는 경찰국 설치가 ‘검수완박’에 대한 추잡스럽고 국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위험한 보복 행위이자 권력남용 행위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국회가 이러한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적었다.

김 경감의 글에는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 많은 상처를 줬다” “좋은 말도 세 번이면 질린다. 이제는 차분해져야 한다. 전체 경찰회의도 재고해야 한다” “포기하는 게 아니다. 선명하지는 않더라도 경찰국 반대는 계속 타진해야 한다” “돌아설 때는 과감하게 돌아서야 한다. 지금은 돌아설 때가 맞다” 등의 공감 댓글이 잇따랐다. 반면 “이랬다 저랬다 뭐하는 것이냐” 등의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전국 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 발령 된 류삼영 총경도 지난 26일 경찰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려 오는 30일 경찰 전체회의 개최를 자제하자고 밝혔다.

류 총경은 “전국 서장회의 이후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신설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국회에서도 경찰의 민주적 통제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여기서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릴 수 있다. 우리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오히려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어 동료 경찰관을 향해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주기 바란다. 정제되지 않은 의견 제시와 항의만으로 경찰의 민주적 통제 장치가 마련되는 건 아니다”며 “일단 국회에서 논의되는 과정을 살펴 달라”고 밝혔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를 향해서는 “경찰관들은 자기들의 의견이 표시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며 “검찰회의는 검찰총장의 공식 지시로 했기에 정당하다고 평가받으니 직무대행께서 동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공식 지시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 정책을 설명하는 것보다는 우리 경찰관들이 정말 우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귀 기울여 주기 바란다”며 “그 내용을 공식적으로 정부에 전달하는 것이 직무대행께서 해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향후 시행 예정인 경찰 제도개선 방안과 관련해 경감 이하 현장경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우선 27일에는 세종, 28일에는 광주·대전·울산·경기북부·충남·전북·전남·경북, 29일에는 서울·부산·대구·인천·경기남부·강원·충북·경남·제주에서 각 시·도경찰청 주관 하에 경감 이하 직원을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다.

경찰청은 “현장의 다양한 의견에 한층 더 귀 기울이고, 구성원들의 진심 어린 목소리를 올바로 수렴할 수 있도록 공식적인 공론의 장을 마련해 현장 경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다”고 부연했다.

경찰국을 둘러싼 갈등이 경찰국 설치 정부 시행령 통과와 전체 경찰회의 철회 등의 변곡점을 거치며 소강 국면으로 접어드는 분위기지만,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여전히 반발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장회의 이후 처음 제안된 경감·경위급 현장 팀장회의에 지구대·파출소장도 참석하게 하자는 게시글을 올렸던 류근창 경감은 “첫 제안자가 철회했지만 30일 행사는 진행하겠다”며 “장소는 경찰인재개발원으로 국한하지 않겠다. 적은 동료가 모이더라도 14만이 모인 효과를 품격 있게 보일 수 있는 행사로 준비해보겠다”고 밝히며 회의 강행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이어 “개인 연락처 등을 통해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며 100명 정도 규모라면 회의를 진행할 자신이 있다”며 “우리들의 마음을 하소연할 수 있는 작은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반대 대국민 온라인 서명 운동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전국 경찰 직장협의회는 지난 26일 오전 행안부 경찰제도 개선안에 반대하는 입법 청원을 받는 홈페이지를 개설해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27일 오후 1시 50분 기준 40만여 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경찰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와 국회 입법청원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역에서 경찰국 신설 반대 대국민 홍보와 국회 입법청원을 위한 10만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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