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의령군 부자축제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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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석꾼, 백만장자, 거부, 재벌…. 부자란 무엇일까? 중국 고대 한나라 때부터 전해지는 만석꾼은 곡식 1만 섬을 수확할 수 있는 논밭을 가진 부자를 뜻한다. 백만장자(Millionaire)란 용어는 미국의 금융가 스티브 펜티먼이 1719년에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개인 순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부자를 지칭했는데, 화폐 가치를 감안하면 지금은 최소 300억 원 이상에 이르는 수치다. 최근에는 백만장자를 뛰어넘는 억만장자(Billionaire), 즉 개인 순자산 10억 달러(한화 약 1조 3000억 원) 이상인 슈퍼 리치 개념까지 등장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가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부자의 기준’을 물은 결과 “총자산 100억 원 이상, 연소득 최소 3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금융자산 5억∼10억 원 보유자들은 ‘준부자’로 정의했다.

시대에 따라 부자의 기준은 바뀌지만,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한결같은 모양이다. 이런 욕구를 선점해 경남 의령군이 “반경 20리에 정승같은 부자가 태어난다”는 솥바위 전설을 토대로 ‘부자 축제’를 준비 중이다. 의령과 함안 사이를 흐르는 남강에 가마솥을 닮은 솥바위 인근에서 의령군 정곡면 삼성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진주시 지수면 LG 창업주 고 구인회 회장, 함안군 군북면 효성 창업주 고 조홍제 회장 등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가들이 태어난 스토리가 주축이다. 10월 28일부터 열리는 축제는 ‘모든 사람에게 대박과 같은 인생 전환점을 선사한다’라는 주제를 담는다고 한다.

솥바위를 기점으로 부자의 기운을 받으며 걷을 수 있는 ‘부잣길’도 조성돼 있다. 부잣길을 걸으면서 임진왜란 당시 의병을 일으켜 남강 정암나루에서 왜군을 물리친 망우당 곽재우 장군,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나 일제 강점기 조선어대사전 편찬을 주도했던 남저 이우식 선생, 백산상회를 통해 대한민국임시정부에 독립운동 자금을 제공했던 천석꾼 집안의 백산 안희제 선생 등 ‘솥바위가 탄생시킨 진정한 부자’들의 삶도 되새겨볼 판이다.

부자축제에서 솥바위 앞에 서기 전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살펴보는 것도 필요할 듯하다. 행복을 위한 진짜 부자가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는 가짜 부자가 꿈이라면, 아무리 영험한 솥바위에서의 기도도 효력이 없기 때문이다. 부자축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주변과 나누는 부자, 세상을 발전시키는 부자,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부자’가 되는 꿈을 꾸기를 기원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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