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공간 봄, 인문과 예술의 수레바퀴 굴린 10번의 봄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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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앞 ‘문화공간 봄’ 10주년
글로벌 인문학 강좌로 세상 통찰
클래식 공연으로 예술 감성 고취
‘넓은 세상 우리’ 찾는 묵묵한 걸음

부산대 앞에 위치한 문화공간 봄이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열린 10돌 기념행사 ‘한국사 강좌 연구자 세미나’ 참석자들 모습. 문화공간 봄 제공 부산대 앞에 위치한 문화공간 봄이 10주년을 맞았다. 최근 열린 10돌 기념행사 ‘한국사 강좌 연구자 세미나’ 참석자들 모습. 문화공간 봄 제공

강산이 한 번 변했다. 10년의 시간을 쌓았다. 2012년 문을 연 부산대 앞 ‘문화공간 봄(Bomm)’이 8월 1일로 10주년을 맞는다. 이미 10돌 기념행사 하나를 조촐하게 치렀다. 올해 4~6월 11회의 한국사 강좌가 열렸는데 지난 21일 이 강좌에 나선 연구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한국사 강좌 연구자 세미나’가 10돌 기념행사였다. 이날 노태돈 서울대 명예교수가 ‘고대사, 광개토대왕비’, 저술가 성희엽 박사가 ‘근대사, 역설적 혁명’을 주제 발표했고, 토론도 있었다.


문화공간 봄의 모토는 ‘넓은 세상 우리’다. 내과 의사인 정재성 공동대표는 “시민들과 함께 보다 넓은 곳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며 “넓은 곳이라는 것은 지리학적인 의미보다는 정신적인 의미”라고 했다. 그는 “급속한 산업화 근대화 속에서 잊힌 예술적 감성과 인문적 소양을 일깨워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했다. 문화공간 봄의 체제는 3인 공동대표로 이뤄져 있다. 불교철학을 전공한 윤종갑 동아대 교수와 프랑스에서 베르그손 철학을 공부하고 ‘로컬리티 인문학’의 이론을 정초한 류지석 선생이, 다른 2명의 대표다.

문화공간 봄은 크게 두 개의 수레바퀴로 굴러간다. 인문학 강좌와 클래식 공연, 말하자면 인문적 지성과 예술적 감성이 그것이다.

먼저 지성의 인문학 강좌는 10년간 깊이와 넓이를 더해왔다. 문화공간 봄은 글로벌 인문학을 지향해 왔다. 특히 2016년부터 프랑스 독일 일본 이탈리아 영국 일본의 역사와 문화, 사회와 정치를 집중 탐색하는 인문학 연속 특집 강좌를 꾸려왔다. 그것의 연장선상에서 올해는 10돌 기념으로 한국사 특집을 꾸린 것이다. 특집 대상국의 경우, 우리보다 앞서서 근대에 도달한 나라들인데 저들의 근대는 도대체 무엇이었고, 우리는 어디를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가를 묻는 강좌 구성이다. 류지석 공동대표는 “글로벌 인문학 강좌는 결국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통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물론 문화공간 봄의 인문학 강좌가 각국 특집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금정구청의 청년창조발전소 프로그램 지원사업으로 청년 인문학 강좌를 꾸린 적도 있고, ‘마음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3색 심포지엄을 연 적도 있다. 불교사상과 장자 철학, 비트겐슈타인을 비롯한 동서 철학을 종횡하면서, 서양미술사와 서양음악사를 가로질렀다. 바로크, 로코코, 베토벤, 논어, 샤르트르가 불려나왔다. 배병삼 박문현 신순정 조용현 이진오 강명관 전진성 이성희 이홍규 이근우 함재봉 등 경향 각지와 국내외 교수 연구자들이 강좌에 나섰다.

감성의 클래식 공연도 풍성했다. 가끔 인문학 강좌와 제격으로 어울리기도 했으며, 아예 ‘인문학과 거문고의 만남’이란 주제의 기획도 했고, 무엇보다 조현선 백재진 한동일 김동욱 고충진 등 지역 안팎의 연주자들에 의한 성악과 기악의 실내악 단독 공연이 귀를 즐겁게 했다. 지난 6월에는 우크라이나 핏줄을 이어받은 러시아 태생의 첼리스트 겸 피아니스트도 무대에 섰다. 올해 들어서만 7월까지 20여 차례의 연주회를 가졌다. “실내악 분위기에 젖어들 수 있는 코앞의 대면 공연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윤종갑 공동대표의 설명이다.

문화공간 봄은 지난 4월 부산테크노파크의 문화 융·복합 지원을 받는 지산학 브랜치 22호로 지정됐다. ‘백년어서원’에 이은 부산의 두 번째 인문사회 분야 브랜치라고 한다. 문화공간 봄은 지난 2019년 각종 문화사업을 더욱 체계화하기 위해 부산시 사단법인으로 등록하기도 했다. 공동대표 3인은 “공간 이름인 봄은 따뜻함을 의미한다”며 “예술적 감성과 인문적 소양의 두 개 수레바퀴가 ‘위축되는 제2도시’로서 문제적인 위치에 놓인 부산의 발전에 따뜻한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고 했다.

문화공간 봄은 지하 1층에 객석 60석의 소공연장 겸 강연장, 그리고 지상 1층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소공연장(카페 겸용)을 운영 중이다. 한편 8월 25일 오후 6시 10주년 기념 연주회(바이올린 임병원, 첼로 정서은, 피아노 박정현)를 열고, 연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0주년 좌담회를 연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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