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은행서도 대형 횡령, 내부 통제 안 되나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은행 본점. 부산일보DB
부산은행에서 직원의 대형 횡령 사건이 터졌다. 부산은행의 한 지점 외환계에 근무하는 30대 직원이 수개월간 수십 차례에 걸쳐 14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가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고 한다. 은행권에서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가운데 결국 지역에까지 올 것이 왔다는 허탈한 기분이다. 이 직원은 해외로부터 받은 외화 송금을 고객의 계좌로 입금하지 않고 자신의 여자친구 계좌로 입금하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렸다고 한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 아닌가. 부산은행은 대형 횡령 사건 발생으로 충격을 받은 시민들에게 우선 사과한 뒤 그 경위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
금융권 도덕적 해이 만연 사고 줄 이어
엄중 문책 뒤 재발 방지 대책 내놔야
올 들어 사상 최악의 은행 횡령 사건으로 기록될 우리은행(횡령액 697억 원) 사건을 비롯해, KB저축은행(94억 원), 새마을금고(40억 원) 등에서 직원들의 내부 횡령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농협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무려 9건의 횡령 사건이 드러났다. 지난 5월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8개 은행에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연평균 18.6건(1건당 평균 31억 원 이상 규모)의 횡령·유용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올해는 상반기에 발생한 거액 횡령 사건만 벌써 15건이라니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경신할지도 모르겠다. 금융권의 내부통제 시스템 부실과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참으로 개탄스럽다.
이번에 사고를 낸 부산은행 직원은 입사한 지 5년이 안 된 대리급으로 빼돌린 거액을 가상자산 투자에 사용했다고 한다. 가상자산과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진 올 들어 횡령 사건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더욱 미덥지 않다. 증시나 가상자산의 활황기에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불법 행위가 적발된 것보다 더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부산은행은 지난 4월 동백전 서비스 중단 사태로 시민들에게 머리를 숙여 사과한 바 있다. 동시접속자 폭주가 예상되었지만 관리에 소홀해 사흘간 서비스가 중단되는 대혼란이 발생했다. 금융 산업은 무엇보다 고객의 신뢰를 먹고산다. 명색이 지역 대표 금융기관인 부산은행에서 시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 또다시 벌어져서는 안 된다.
최근 은행권에서 횡령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는 방증이다. 부산은행은 고강도 조사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과 문제점을 파악해 내부 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안심하고 은행에 돈을 맡길 수 있다. 횡령액 변제 시는 대부분 집행유예의 관대한 형량이 부과되는 탓에 반복 범죄도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횡령에 관련된 모든 임직원에게 엄하게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급증하는 화이트칼라 횡령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