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정·대 전면 쇄신, 국민 신뢰 회복 진력하라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 간담회를 마친 뒤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겸하고 있던 대표직무대행직을 내려놓고 당을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31일 밝혔다. 지난달 8일 이준석 대표의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 이후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은 지 23일 만이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의 문자메시지 유출 등 혼란상이 이어지자, 배현진·조수진 등 최고위원들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당·정부·대통령실의 전면 쇄신과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의 2선 후퇴를 강하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석 달도 안 돼 비대위 체제라는 격랑으로 빠져들면서 총체적 위기에 봉착한 셈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 20%대 급락
겸허한 자세로 국정 기조 바꿔야
비대위를 꾸려서 위기가 해소될 수 있으면 다행인데 현 상황을 보면 그에 대한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무엇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20%대까지 떨어지며 국정동력이 급속히 약화하고 있다. 임기 초반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은 새 정부 출범 전 대통령이 공약한 여러 개혁과제의 추진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지율의 심리적 저지선이라는 30%가 깨졌다는 사실은 윤 대통령의 리더십과 국정운영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표징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집권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사안의 심각함을 직시하기보다 변명과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여권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불만은 이례적이라 할 정도로 높다. 고물가로 국민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국정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여권은 곳곳에서 평지풍파만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집무실 용산 이전과 검찰에 편중된 정부 요직 인사 등으로 혼란을 초래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집권하자마자 자기들끼리 권력다툼을 벌이느라 여념이 없다. 새 정부도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처럼 진영 대결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조치들로 사회적 분란과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민생·경제·안보 등 위기가 전방위로 닥쳐 하루 앞을 가늠할 수 없는데도 여권은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국민으로서 어찌 화가 안 나겠는가.
미국의 한 매체는 며칠 전 윤 대통령의 임기 초기 지지율 급락을 보도하며 “미국에 너무 빨리 골칫거리가 됐다”고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하려고 했던 것들을 묵묵히 해내다 보면 결국 국민들도 진정성을 다시 생각해 줄 때가 올 것”이라는 대통령실의 최근 발언에 대해 인터넷상에서는 “하려고 했던 것들을 아예 하지 말라”는 냉소적인 반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만큼 지금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부·여당에 대한 나라 안팎의 신뢰는 바닥에 떨어졌다. 여권은 이런 현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비상한 각오로 국정 기조를 쇄신해야 한다. 그래야 그동안 잃어버린 신뢰를 작게나마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