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부산항 신항 6부두 개장
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실내에서 식물 기르기가 유행이다. 작은 화분에 씨앗을 심고 자주 물을 주다가 떡잎이 흙을 비집고 올라오면 기특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햇빛과 바람만 잘 통하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해바라기와 봉선화, 방울토마토 씨앗을 구해 화분에 심은 뒤 집 베란다에 뒀다. 파종한 지 두 달째를 맞아 줄기가 제법 자란 만큼 꽃이 필 만도 한데 아직 어느 화분도 그러한 기색이 없다. 성급한 욕심에 세 가지 식물이 언제 꽃을 피우고 열매가 열리는지를 인터넷과 동네 꽃집에 물어보니 한참은 더 기다려야 한단다.
꽃집 사장은 “새로 난 잎 색깔이 내일은 얼마나 더 짙어지려나 기다려 봐요. 마음이 설레요”라고 달랜다. 무작정 참는 건 의미가 없고 인내하는 것도 힘들 테니 지지대를 세우고 잎을 닦아 주는 등 마음을 쏟으며 기다리라고 주문한다.
바다 메운 땅 위에 대규모 항만 조성
착공부터 부두 개장까지 장기간 소요
영업이익 위한 인내·추가 투자 필요
물동량 창출로 부산항 발전 기여해야
부산 강서구 가덕도 북쪽 수심 17~18m의 바다를 메워 부산항 신항 6부두를 조성하며 이곳에 첫 선박이 오기를 기다렸던 마음도 식물을 키우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심정과 비슷하다. 화분에 심은 씨앗은 길어도 6~7개월이면 꽃을 피우지만, 자동화 컨테이너터미널은 기공에서 개장까지 7년가량 긴 세월이 필요하다. 6부두도 2015년 착공과 함께 바다 매립이 이뤄진 뒤 매립지가 단단해지기를 기다려 1000t이 훨씬 넘는 대형 하역장비들을 설치해 7년 만인 올 6월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다음 달 2일 연간 195만TEU(1TEU는 6m 길이 컨테이너 1개) 이상의 물동량 처리와 5만 4000개의 컨테이너 보관이 가능한 3개 선석을 갖춘 6부두의 개장을 국내외에 알리는 기념행사가 예정돼 있다.
컨테이너터미널이 꽃을 피우는 단계는 개장을 한참 지나서 투자된 고정비를 웃도는 매출로 영업이익을 기록하기 시작하고 처리 능력을 상회하는 물동량 때문에 운영의 효율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부두 운영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높은 장치산업이어서 장비와 시스템을 유지하고 관리하며 하루 24시간 운영하기 위해 지출되는 고정비를 감당할 정도의 매출을 하루빨리 확보하는 게 수익 극대화 방법이다. 부두 운영을 시작해 영업이익을 달성할 때까지 인내할 경우 그 기간이 3년이더라도 30년처럼 느껴질지 모른다. 영업이익 창출의 꽃을 피우기 위해 기다리면서 해야 할 일들을 잘 준비한다면 그런 느낌이 들지는 않을 것이다.
해운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특수로 지난 2~3년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부산항도 이에 힘입어 환적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혜택을 입었다. 하지만 코로나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으로 해운 특수는 끝나고 부산항은 기존 물동량 사수와 추가 물동량 확보를 위한 경쟁에 직면할 것이 뻔하다. 앞으로 부산항 관련 기관과 종사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물동량 증대에 힘써야만 6부두는 물론 부산항의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할 터이다.
그런 노력으로는 부산항에 신규 기항이나 새로운 서비스 제공이 있을 때 더 많은 물동량이 유입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국 항만을 이용하던 물동량이 부산항에서 처리될 수 있는 방안을 의논하며, 선석과 야드 부족으로 부산항을 외면한 물동량이 부산에서 정상 처리되도록 하는 것 등이 있겠다. 문제는 그 과정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시작부터 결론에 이르기까지 인내와 인고가 뒤따르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좋은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선 하루라도 빨리 시작해야 한다. 시작했다면 수시로 작지만 새로운 결실을 만들어 가면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림 속에서 물동량 증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중단하지 않는 자세가 요구된다. 꽃이 피기 전까지 꽃이 없는 상황을 무작정 인내하려고 하지 말고, 더 화려한 꽃을 활짝 피우고 열매를 맺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추진하는 일을 병행하는 기다림의 시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신항 6부두는 국내 최초로 원격 조종 안벽크레인이 도입된 경쟁력 있는 자동화 터미널이다. 공식 개장식 이후에도 서비스 확대나 물동량 추가 확보를 위한 비용 투입과 시간적인 투자가 지속돼야만 부산항의 핵심 부두가 되고 이윤 창출도 가능할 것이다. 6부두가 자체 노력으로 안정화 기간을 앞당겨 부산항의 신규 물동량 창출에 기여하면서 성공의 꽃을 피울 때까지 6부두 운영사와 부산항 관련 기관단체들이 협력의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6부두 마케팅을 맡고 있는 업무를 끝내고 퇴근하면, 부산항 발전을 염원하며 열심히 일해 온 것처럼 오늘도 조금 더 자랐을 해바라기, 봉선화, 방울토마토 화분을 정성껏 돌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