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취학 연령 하향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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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태어나서 과연 몇 살에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좋을까. 인간의 발달 과정에 대한 정밀한 관찰과 분석이 뒷받침돼야 판단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하지만 대체로 보면 한국 나이로 8세 전후가 일반적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교육법도 기본적으로 ‘만 6세’가 된 다음 해 3월, 한국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도록 하고 있다. 조기 입학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이런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아마도 8세 정도가 부모와 떨어진 상태에서 개인 신변 정리에 어려움이 없고, 또 정해진 수업 시간 자리에 앉아서 학습을 감당할 수 있는 나이라고 여긴 듯싶다.

조선 시대에도 소학에 들어가는 나이는 8세였다. 영조대왕이 쓴 ‘대학장구’ 서문에 ‘사람이 나서 8세가 되면 모두 소학에 들어간다(人生八歲 皆入小學)’라는 문구가 보인다.

세계 주요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취학 연령을 보면 만 7세부터 5세까지 다양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만 6세 취학이 대세를 이룬다. 반면 스위스나 스웨덴, 핀란드의 경우 만 7세, 영국, 호주 등은 만 5세 입학이다. 커리큘럼이나 진학, 취업 등 자국 특유의 사회 제도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취학 연령은 국민 일생의 중요한 단계는 물론 사회 체계와도 긴밀하게 연결된 문제다.

며칠 전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낮추는 학제 개편안 추진을 밝히면서 학부모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취약 계층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또 아이들의 지적 발달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는 점을 배경으로 들었다.

국민 반응은 일정 부분 인정할 측면도 있지만, 대체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유아기 아동 발달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으로, 안 그래도 극성인 조기 교육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부터 교육 전체에 관한 밑그림이나 여론 수렴도 없이 불쑥 이처럼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는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입에 담기가 정말 민망스럽다.

온 나라가 교육과 관련한 문제로 날이 새고 질 정도임에도 여전히 제대로 된 교육 정책은 백년하청이다. 갈수록 줄어드는 아이들의 취학 연령을 고민할 게 아니라 정책을 결정하는 어른들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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