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97그룹 단일화’ 안갯속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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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어대명’ 이미 굳어진 상황
강훈식 “지금은 비전경쟁 할 때”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 3명이 컷오프 통과 후 첫 주말인 31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시민 토크쇼를 하는 이재명,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박용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강훈식 의원(기호순). 김종호 기자·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당권 주자 3명이 컷오프 통과 후 첫 주말인 31일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대구 엑스코에서 시민 토크쇼를 하는 이재명, 대구시당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박용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강훈식 의원(기호순). 김종호 기자·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의 독주 양상인 더불어민주당 당권 레이스의 최대 변수로 박용진, 강훈식 두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후보의 단일화가 거론되지만, 성사는 아직 ‘안갯속’이다.

강 후보는 31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97그룹이 단일화 이슈에 몰입해서 예비경선이 끝났기 때문에 본선에서는 일반 당원과 국민들께 강훈식을 제대로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임하겠다”며 “지금은 미래연대와 비전 경쟁에 집중할 때”라고 밝혔다.


예비경선 단계부터 단일화를 촉구해 온 박 후보와 달리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며 단일화에 대한 시각 차를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만찬을 함께 했지만 “단일화를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원칙적 합의만 했을 뿐,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한 논의는 뒤로 미뤘다.

당내에서는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분위기가 굳어진 상황에서 그나마 판을 흔들 만한 카드가 단일화라는 점에서 두 후보가 어떤 식으로든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보지만, 그러기에는 양측의 입장 차가 상당히 크다.

박 후보는 이전에 대선후보 경선까지 치렀다는 점에서 이번 전대를 차기 대권 주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발판으로 삼으려는 모습인 반면, 강 후보는 이번이 첫 지도부 도전이라는 점에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데 주력한다.

전대에 임하는 두 후보의 이 같은 입장 차이는 양측의 단일화에 대한 적극성에서도 확인됐다. 박 후보는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는 3일 이전을 이상적인 단일화 시점으로 제시하면서 “단일화는 이를수록 좋다”고 밝혔지만, 강 후보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제 비전을 말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박 후보가 제시한 시간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두 사람은 이재명 후보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도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인다. 박 후보는 “눈을 감는다고 현존하는 당의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잖느냐”며 적극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 고문의 ‘대항마’로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반면 이 후보에 우호적인 강 후보는 “‘사법 리스크’는 우리 당이 아닌 여당이 제기한 것이다. 이를 전대에 끌어들여 갑론을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신중한 입장이었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이날 대구를 찾아 당의 변화를 강조한 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성공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시민 토크쇼 '만남, 그리고 희망'에서 "상대 공격보다 국민을 두려워해야 하고 오로지 국민만 보고 일해야 한다"며 "야당이 됐으니 여당이 하는 일, 정부가 잘하는 일에는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인 일자리를 줄인다든지, 코로나 감염자 지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 안 될 일을 한다면 싸우고 견제할 것"이라고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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