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입학 연령, 만 5세 추진… “우려·반대” 많아 난항 예고
현행 만 6세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 도입 계획
교육부 “교육·보육 대상 늘려 격차 해소”
학교 부적응·교사 업무 부담 등 우려
교육계·학부모와 사회적 합의 진통 예상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친 뒤 출입기자들에게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76년 만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현행 만 6세에서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교육 현장의 우려 목소리가 만만치 않아 사회적 합의에 이르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공교육 강화? 저출산·고령화 대책?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9일 대통령 업무보고 사전브리핑에서 “국가가 책임지는 교육·보육의 대상을 늘려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제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무교육 연령을 1년 앞당겨 교육·돌봄 격차를 줄이고, 어린이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적기’에 ‘동등’하게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동들은 한국 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취학 연령을 1년 앞당기면 한국 나이로 7세가 되는 해에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박 부총리는 “영유아와 초등학교 시기가 (성인기에 비해) 교육에 투자했을 때 효과가 16배 더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취학연령 하향 조정은)사회적 약자도 빨리 공교육으로 들어와 공부할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계획이 공교육 강화뿐만 아니라 저출산·고령화 대책의 하나라는 시각도 있다. 입직연령(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나이)을 낮춰 초혼 연령을 앞당기고 노동기간을 늘리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2006년 기준 우리나라의 입직 연령은 25.0세(대졸자 26.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세(2000년 기준)보다 2년가량 늦다. 일찍 입학해 일찍 졸업·취업을 하면 결혼을 위한 경제적 여건이 일찍 마련돼 출산율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국회예산정책처 자료를 보면 입직연령이 1세 낮아질 경우 초혼연령도 평균 0.28세(약 3개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면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겨 경제활동 기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2025년부터 4년간 ‘단계적 도입’ 검토
계획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2025년부터 취학연령 조정을 단계적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2025년부터 2028년까지 4년간, 2018∼2022년(5년간) 태어난 아동들을 나눠 입학시키는 방안이다. 2025년에 2018년 1월∼2019년 3월 출생 아동이 입학하고,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하는 식이다.
박 부총리는 “올해 말 대국민 설문조사를 하고 2023년 시안을 만든 뒤 2024년에 확정하면, 2025년 첫 학기부터 진학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취학연령이)1년 갑자기 앞당겨지면 교사나 공간의 문제가 있어, 25%씩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서 앞당겨 입학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정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5년간 출생한 아동들을 4년에 걸쳐 분산 입학시키면 지금의 학교 시설과 교사 인력으로도 학제 개편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판단이다.
■교육계·학부모 여론 수렴 과정 ‘진통’ 불 보듯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안은 1990년대부터 꾸준히 거론됐다. 각 시·도 교육청은 1990년대 후반 만 5세 아동의 조기입학을 허용했지만 자녀의 학교생활 부적응을 우려해 실제 조기 입학자는 많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선 학교 집단 따돌림 등이 사회 문제화하면서 외려 유예신청을 통해 자녀를 1년 늦게 입학시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노무현·이명박 정부 때도 저출산 대책으로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안을 검토했지만 유야무야됐다.
전문가들은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 유아 시기부터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앞당기는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유아들이 발달 단계에 적합하지 않은 초등 교육을 받는다면 외려 학교 부적응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고, 초등학교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 교육의 질 저하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즉각 성명을 내고 “유아들의 성장이 빨라진 것처럼 보여도, 만 5세 유아들은 초등교육 체제에서 교육을 받기엔 발달상으로 어려움이 크다”며 “발달 시기에 맞지 않는 학습을 하면서 결국 더 이른 나이에 학업 스트레스에 지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13개 학부모·교사·교수·시민단체도 다음 달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번 학제개편안을 반대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측도 “만 5세 초등 편입은 유아 발달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조급한 실적주의는 교육 효과보다는 업무만을 늘리고 교육 본질을 훼손하는 제도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와 함께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학제개편 합의안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취학현황 등 기초조사, 취학연령 하향 등에 대한 지역별 수요조사, 교원·시설 등 교육인프라 현황 분석을 토대로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겠다”며 “대국민 토론회·공청회, 관계기관 간 협의·조정과 국가교육위원회의 집중 숙의 과정을 토대로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