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수세보원, 조선 재부흥 꿈이 서린 책”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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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채한 교수 ‘새로 풀어 쓴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

총 17론 중 기초이론 6론 다룬
한의학·한문학 융합 직·통역서
“유학 토대 사상의학 체계 정립
약한 몸속 장부 상태, 수양 통해
중도의 실상에 이르는 게 요체”

“이제마(1837~1900)의 〈동의수세보원〉은 사람의 몸과 마음에 대한 유학과 사단론(四端論)의 수천 년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부산대 한문학과 김승룡 교수와 한의학과 채한 교수가 공동으로 〈새로 풀어 쓴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미다스북스)을 출간했다. 두 교수가 5년간 반복해서 읽고서 직역과 통역을 붙여 낸 책이다. 17론과 ‘사상방약’으로 이뤄진 〈동의수세보원〉의 전체가 아니라, 기초이론 부분인 6론을 옮긴 것이다. ‘성명론’ ‘사단론’ ‘확충론’ ‘장부론’ ‘광제설’ ‘사상인변증론’이 그것이다. 이들 6론은 이제마의 철학적 세계관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그간 ‘단순 직역’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은 놀라운 책이다. 그의 사상의학이 실은 유학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단(四端), 즉 사람이 마땅히 갖추어야 할 네 가지 성품인 인의예지(仁義禮智)에 기초한 것이다. 채한 교수는 “이제마 선생은 19세기 무너지는 조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유학으로 돌아가 그 철학의 핵심인 4단에 근거해 사상의학의 체계를 세운 것”이라고 했다. ‘조선 재부흥의 꿈’이 서린 책이라는 거다.

무엇보다 이제마는 변방의 사람, 변방의 무인이었다. 한양에서 멀리 떨어진 함경북도 함흥 태생으로 이성계 방계 집안의 서자 출신이었다. 생애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향시에 장원한 13세에 조부와 부친이 사망했으며 곧바로 전국과 만주 연해주를 돌아다녔는데 그가 무과에 급제한 것은 뒤늦은 39세였다. 이후 50세 때 진해현감을 지냈고, 60세 때 난을 평정했다는 흔적이 있을 뿐, 생애 자체가 흐릿하다. 그에게 의학을 배운 제자들이 전국적으로 유명해지자 사후 20여 년이 지난 1920년대에 비로소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김승룡 교수는 “이제마의 언어는 조선 주류 유학자들의 언어와 달랐다”고 했다. 그의 사상의학은 이를테면 ‘경계에서 피어난 꽃’ 같은 거였다. 채한 교수는 “고리타분한 담론에 머물러선 안 되고 ‘4단의 통찰’을 제대로 펼쳐야 한다는 것이 그의 사상의학”이라고 했다.

4단에 근거한 이른바 ‘4원소 체계’ 같은 것이 사상의학이다. “사단(四端: 仁 義 禮 智)은 천기(天機: 天時 世會 人倫 地方)와 인사(人事: 事務 交遇 黨與 居處), 그리고 천기를 받아들이는 얼굴의 기관(耳 目 鼻 口)과 사단이 체화된 몸속의 장부(臟腑: 肺 脾 肝 腎), 생리작용의 매개인 성정(性情: 哀 怒 喜 樂)과 서로 긴밀하게 통합니다.”

몸속 장부는 폐와 간, 비와 신이 대소(大小, 크기는 기능을 뜻한다)의 짝을 맺는, 즉 ①폐가 크면 간이 작고 ②간이 크면 폐가 작고 ③비가 크면 신이 작고 ④신이 크면 비가 작은 상관관계가 있다. 이를 차례로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이라고 한다. 채 교수는 “〈동의수세보원〉은 인의예지를 기초 삼은 생리심리학적 의학 이론”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간대폐소(肝大肺小)한 태음인은 예가 강하나 인이 약하고, 신대비소(腎大脾小)한 소음인은 지가 강하나 의가 약하다는 거다. 결국 그 약함의 상태를 수양을 통해 중(中)과 화(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사상의학의 요체다. 생리심리학이라는 게 그 말이다. 몸, 육의 상태와 작용이 마음의 행로에 영향을 끼치니, 결국 그 심리와 마음을 다스려 중도의 실상에 이르는 게 살림살이, 삶의 요체라는 거다.

이번 번역서는 융복합의 결실이다. 한의학과 한문학의 만남이다. 두 교수는 전통의학사업단을 만들었다. “한문학자는 논어와 한시가 인성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한의학자는 의학의 저변에 인간심리학이 자리 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 가서 ‘한국고전학과 인성증진’이란 공동 강연도 진행했다. 논어와 한시를 음미하면 인성을 증진할 수 있다는 것은, 〈동의수세보원〉의 이치를 음미하면 건강 증진과 함께 수행에 이를 수 있다는 것과 통하는 거다. 결국 문학과 의학이 다르지 않다는 거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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