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시인이 빚어낸 수필·시·음식… 그리고 그리움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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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들면 시가 온다 / 김명지

음식은 추억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지 배고픔을 해소하기 위함만은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영혼의 허기도 채우고 이러저러한 추억도 소환하게 된다. 어릴 적 엄마가 해 주던 음식이 그리워 시장 바닥을 헤매 본 적이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시를 쓰듯, 음식을 만드는 시인이 있다. ‘음식은 그리움’이라고 말하는 김명지 시인. 이 책은 13년이란 짧은 시간만을 함께 한 엄마, 나눔을 즐기던 엄마의 손맛과 감각적인 혀의 미각을 그대로 물려받은 시인의 산문집이다. 여름에 찾아간 각연사 비로자나불에서 일찍 떠난 엄마의 모습을 발견한 시인은 푸릇한 돌나물을 다듬던 엄마를 추억하며 돌나물 물김치 담그는 법을 소개해 준다. 또 시인이 자란 강원도의 대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감자로 만드는 감자옹심이, 치매를 앓은 시아버지와의 추억이 가득한 머위탕을 만들며, 힘들었지만 가끔 그리워지는 풍경을 떠올려 본다.

한 권의 책 속에 수필과 시, 그리고 음식 레시피와 사진까지, 서로 이질적인 종류의 콘텐츠가 어우러져 시인이 만들어 소개하는 음식처럼, 정겹고 다정다감한 읽는 맛을 선사한다. 특히 쉽게 써 내려간 수필·시와 함께, 사계절 제철 재료로 만든 우리 음식을 볼 수 있는데, 여느 요리책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여수에서 태어나 속초에서 자란 시인이 소개하는 음식에는 두 지역의 향토색이 보색으로 드러나 있다.

시인이 알려주는 다정다감한 레시피는 시처럼 읽히는데, 재료를 다루는 방법부터 조리법과 어떤 때 어떻게 먹으면 좋은지 하는 팁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어 누구든 쉽게 도전해 보고 싶게 만든다. 조리는 시처럼, 식사도 시처럼! 김명지 지음/목선재/264쪽/1만 6500원.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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