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 왜 비밀스러운 삶 살았나?
비비안 마이어 / 앤 마크스
비비안 마이어(1926~2009·Vivian Maier)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20세기 가장 유명한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생전에 전시회를 한 적도 없고, 자신의 사진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15만 장 사진 남긴 비비안 마이어의 삶
지성·연민으로 가득한 본모습 찾아내
2007년 시카고의 한 경매장에 들른 한 청년은 네거티브 필름, 그리고 현상조차 하지 않은 필름들로 가득한 상자를 구매한다. 자신이 집필할 책에 실을 자료 사진을 구할 목적이었다. 시험 삼아 인화해본 사진들에 매료된 청년은 그중 몇 장을 인터넷 사진 공유 사이트에 올렸고,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 무명 작가의 작품에 열광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작가의 작품과 삶이 언론의 조명을 받기 시작했고, 미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강연과 전시가 열렸다.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다큐멘터리 영화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비비안 마이어가 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지 않았는지는 미스터리하다. 15만 장에 이르는 작품을 남길 정도로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그 결과물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는 듯 대부분의 필름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상자에 넣어 창고에 방치했고, 창고 비용도 지불하지 않은 점 등 풀리지 않은 의문에 누구도 명쾌하게 답할 수 없었다. 사진의 주인에게 다가갈수록 더 많은 비밀과 의문이 쌓였다. 극히 제한된 인간관계를 맺었다는 것 외에는 도무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비비안 마이어〉는 뉴욕 브롱크스에서 태어나 1949년 카메라를 접한 이후 15만 장에 이르는 사진을 남긴 비비안 마이어의 생을 추적한다. 저자 앤 마크스는 작가의 개인적 기록을 샅샅이 훑고, 프랑스 시골 마을과 뉴욕의 문서 보관소를 뒤지고, 방대한 아카이브에 접근할 유일한 권한을 허락받아 작가의 인생을 복원한다. 치밀한 조사와 끈질긴 추적 끝에 혼외자, 중혼,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 질환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가족사를 밝히고 있으며, 그 굴레에서 빠져나와 독립적이고 진취적으로 자기 삶을 구축한 용감한 여성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비비안 마이어에 관한 최초의 공인된 전기라고 할 수 있다. 책에 수록된 다양한 작품 사진은 내용의 이해를 돕는다.
끈질긴 추적 끝에 그러난 비비안 마이어의 진짜 모습은 지성, 연민과 영감으로 가득하다. 저자는 그가 과거와 과감하게 절연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는 보모 일을 감수했으며, 그 와중에도 오롯이 그 자신으로 살기 위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은 작품 외에 수많은 녹음테이프, 영상, 메모, 촬영 일지, 개인적인 수집품을 샅샅이 살펴 그가 매 순간 취했을 선택들을 연대기적으로 되살리는 가운데 이 복잡한 인물의 내면과 치열한 투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저자는 비비안 마이어가 자신이 살고 싶었던 삶을 살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앤 마크스 지음/김소정 번역/북하우스/480쪽/3만 20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