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색만 낸 OPEC+ 석유 증산… 사우디까지 갔던 바이든 ‘상처’
OPEC+ 역사상 가장 작은 폭 증산
코로나 영향 고려해도 미미한 성과
미국 대외 영향력 약화 등 뒷말 무성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유가 해결을 위해 대외 비판을 무릅쓰고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지만,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되레 증산량을 대폭 축소했다. 사실상 ‘무늬만 증산’에 불과해 미국이 굴욕적 외교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더불어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 세계 현안과 관련해 미국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바이든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OPEC+는 3일(현지시간) 정례 회의를 열고 9월 원유 증산량을 하루 10만 배럴로 정했다고 밝혔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다. 이번 증산량은 이전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7, 8월 증산량(하루 64만 8000배럴)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라피던에너지그룹 밥 맥널리 회장은 “(증산량이)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미하다”면서 “퍼센티지 기준으로 OPEC 역사상 가장 작은 증산 폭”이라고 밝혔다. 미국 외환중개업체 오안다 애널리스트 에드워드 모야는 AFP통신에 “세계 에너지 위기에 거의 도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사우디를 찾아 증산을 호소했던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적잖이 체면을 구겼다. CNN은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사이좋게 지내려는 정치적 도박이 미국인이 주유소에서 느낄만한 의미 있는 식으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3~16일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찾아 OPEC 주요 국가와 증산 문제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납치·피살한 배후자로 지목됐던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나눠 소신도 잃은 채 빈손 외교를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물론 OPEC+의 결정에는 경기침체 우려 등의 요인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수 있고, 유가도 다소 진정 추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회의 이전에 열렸던 OPEC+ 장관급 감시위원회도 코로나19 재확산과 경기 침체 우려를 들어 하루 10만 배럴 증산을 권고했다. OPEC+가 최근 잇단 증산으로 생산 여력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런데도 미국 안팎에서는 이번 OPEC+의 결정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의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리더십에 큰 흠집을 냈다는 평가도 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만난 지 불과 2주 만에 나온 결과”라면서 “정치적으로 사우디로 향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비웃음을 살 만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