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장 선거, 투표함 열어보니 남은 투표 용지가?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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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장 선거에서 일부 투표소의 봉인 투표함이 개표 이전 열린 사실이 확인돼 재투투표가 진행됐다.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지만 협회 측은 단순 실수라고 결론 냈다. 민간단체의 선거에도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13일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장 선거가 16개 지회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투표가 끝난 뒤 협회 측에 ‘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이 봉인된 투표함을 열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개표소에서 확인한 결과, 5개 지회 투표함에서 기표된 투표용지뿐 아니라 투표 도구와 남은 투표용지 등이 담긴 봉투가 발견됐다.

협회 조사 결과 5개 지회의 선거사무원들이 투표소를 정리하면서 봉인된 투표함을 임의로 열고, 여분의 투표용지와 선거책자, 선거인명부 등을 투표함에 넣은 뒤 재봉인한 상태로 개표소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는 지난달 18일 해당 지회에서 재투표를 치른 뒤 전체 개표를 진행했다. 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장 선거는 3년마다 열리며, 유권자는 협회 회원 약 5000명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부정선거’ 의혹과 함께 협회의 선거관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선거에 참여한 한 공인중개사는 “개표 전 투표함의 봉인을 뜯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5곳 투표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부정선거 소지가 커보이고, 협회의 선거 관리 시스템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협회는 ‘단순 실수’라는 입장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산지부 관계자는 “선거사무원과 참관인 모두 현직 공인중개사로, 사전에 선거 관련 교육은 받지만 선거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다. 단순한 실수로 여분의 투표용지와 투표 도구의 분실을 막기 위해 투표함 속에 넣고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앞으로 철저하게 선거 교육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선거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민간단체와 협회 등의 선거를 둘러싼 이 같은 갈등은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하는 위탁 선거 제도가 있지만 공공단체 선거에 한정돼있어, 민간단체 선거는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 현재 수협, 농협, 국립대학, 대한체육회 등의 선거는 중앙선관위에 의무적으로 위탁된다. 개발 정비사업, 신용협동조합 등 공공성을 띤 단체의 선거는 단체가 중앙선관위 위탁 여부를 선택한다. 중앙선관위는 위탁 선거를 할 때 선거사무원 교육부터 개표까지 담당한다.

부산시선관위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기관의 선거에는 선관위가 관여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없지만, 선관위에 자문을 구한다면 선거규정과 진행절차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할 수는 있다”며 “절차의 실수나 공정성 시비를 최소화하려면 사전에 선관위 측과 논의해 오래된 선거 규정 등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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