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 물질 완벽 제거”라더니… 정수 후에도 ‘미국 제한치’ 육박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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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녹조 파문 어디까지

환경단체, 부경대 연구팀에 의뢰

당초 당국 설명과 배치되는 결과

분석·조사 방식 등 놓고 서로 반박

취수탑 설치·식수원 다변화 필요


4일 ‘2022년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조사’ 기자회견이 열린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 앞 낙동강이 시퍼런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4일 ‘2022년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 현장조사’ 기자회견이 열린 경남 김해시 대동선착장 앞 낙동강이 시퍼런 녹조로 뒤덮여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낙동강 물금·매리 지점 남조류 세포 수는 지난달 25일 역대 최다인 14만 4450개(mL당)를 기록한 뒤 28일 조사에선 9만 2041개로 떨어졌다. 태풍이 다가오면서 일조량이 줄어드는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최다 세포 수가 5만 4833개인 것을 감안하면 여전히 강력한 녹조가 낙동강 하류를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통상 무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8월에 그해 최다 세포수가 기록된 만큼, 며칠 안에 녹조 번식이 더욱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 안전할까

녹조 창궐로 낙동강 내 친수활동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낙동강 물로 재배되는 농작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는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엔 원수 오염 가능성을 넘어 정화 작업을 끝낸 수돗물까지 위험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우려가 더 커진 상황이다. 최근 환경단체들이 대구지역에서 정수를 마친 물을 채취해 부경대 연구팀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0.226~0.281μg/L의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미국 환경보호국인 EPA의 아동 허용 기준치인 0.3μg/L과 비슷한 수치다. 정수 작업을 마치면 녹조의 독성물질은 사실상 완벽하게 제거된다는 당국의 설명과는 배치되는 결과이다.

이런 차이는 분석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분석은 200여 종류의 마이크로시스팀 독성물질을 모두 합하는 식으로, 미국 환경보호국 공인조사 검사 방법이기도 하다. 반면 환경부 지침은 마이크로시스틴 중 독성물질이 특히 강하거나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높은 4가지 종류를 찾는 방식이다.

당국은 환경단체의 조사 방식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간이 방식에 가까워서 소량의 농도가 나올 경우 정식 데이터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일부 독소물질만 조사하는 환경부 방식이 오히려 더 피해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환경단체들이 직접 낙동강 녹조 실태 조사에 나선 배경엔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독성물질 조사 논란과는 별개로 녹조 대규모 증가는 식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취수시설 내 정화 공정이 강화돼 독성물질이 대부분 제거되더라도, 이 과정에서 독소 제거를 위한 다량의 인위적 첨가물이 주입되면 물의 자연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 원수에 인위적인 정화 작업이 추가될수록 물의 건강함은 떨어지고, 시민들은 그만큼 안 좋은 물을 식수로 사용해야 한다.

■녹조 걱정 덜 수 있나

올여름 대규모 낙동강 녹조 발생은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강수량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례적인 기후 상황이 심화하는 만큼, 비슷한 일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 대책 마련 필요성이 제기된다.

환경단체들은 원수 수질을 해결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를 해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물이 흐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올해는 비까지 많이 내리지 않아 낙동강 녹조가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매리 취수장 취수탑 설치도 녹조 불안감을 덜어 주는 효과가 크다. 수면 아래 1~2m 지점에서 취수하면 녹조 농도가 70%일 때 7m 아래까지 내려가면 10% 미만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1980년대 매리취수장이 추진될 당시 녹조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었고, 이 때문에 지금까지 취수는 강 표층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후에도 취수탑을 세워 수중 취수 지점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됐으나, 허가 등의 문제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악의 상황에 이른 낙동강 취수 지점 녹조 문제는 부산지역 식수원 다변화의 필요성을 증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 이근희 녹색환경정책실장은 “녹조 이외에도 낙동강 하류와 관련해선 단기간에 해결이 어려운 문제가 많다”면서 “대체 상수원 확보를 위해 환경부와 관련 지자체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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