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세계 최대 고인돌 훼손… 문화재청 “법적 조치”

정태백 기자 jeong1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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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허가 없이 복원공사 진행

‘청동기 문화층’ 무단 현상 변경

시, 사전 협의 없었던 점 인정

조치 결과 따라 복원 재개 결정


세계 최대 규모로 학계가 인정하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복원 사업 현장. 김해시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바닥돌과 그 아래 문화층 일부를 훼손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재청은 김해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해시 제공 세계 최대 규모로 학계가 인정하는 경남 김해시 ‘구산동 지석묘(고인돌)’ 복원 사업 현장. 김해시가 문화재청의 허가 없이 바닥돌과 그 아래 문화층 일부를 훼손해 논란이 불거졌다. 문화재청은 김해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해시 제공

경남 김해시가 관내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고인돌을 정비·복원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문화재를 훼손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 없이 시공사가 ‘구산동 지석묘(고인돌·경남도기념물 제280호)’ 주변에 깔린 돌을 임의로 걷어 냈고, 그 아래 매립된 문화층을 일부 손상시킨 것이다.

문화재청이 7일 “구산동 지석묘의 구체적인 훼손 범위와 추가적인 상태 확인을 위해 발굴 조사를 시행하고, 김해시의 위법 사항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날 배포한 설명자료를 통해 “지난달 29일 김해 구산동 지석묘의 문화재 정비사업 과정에서 별도의 매장문화재 조사 없이 문화재가 훼손됐다는 민원을 접수했다”며 “8월 1일 김해시에 공사 중지 및 훼손사실 확인을 위한 자료를 요구했고, 지난 5일 문화재청 직원과 전문가들을 현장에 파견해 현지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또 “조사 결과 김해시가 지석묘 밑에 박석과 그 아래에 청동기시대 문화층(유물이 있어 과거의 문화를 아는 데 도움이 되는 지층)이 있는데도 매장문화재법을 위반해 무단으로 현상을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해당 지자체, 전문가들과 함께 원상복구를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바닥돌인 박석은 얇고 넓적한 돌을 뜻하며, 구산동 지석묘에서는 묘역을 표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박석을 들어내기 전에 문화재청에 발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고인돌 하부의 박석을 세척하고 ‘표면 강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원형대로 보존되지 않거나 일부 보충한 점이 확인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8일 김해시가 경남도 문화재위원회의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사항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인해 문화재청에 제출하도록 경남도에 요청할 예정이다. 훼손 당시 현장에 포클레인이 동원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져, 경남도에 제출된 정비 계획과 실제 시공 과정에 차이가 있는지 세밀하게 들여보겠다는 취지다.

김해시는 소중한 문화재를 복원하면서 문화재 보존과 관리에 대한 인식이 크게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화재 현상 변경은 법률에 따라 문화재청과 협의 이후 시행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지만, 김해시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김해시는 구산동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산동 지석묘 정비·복원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부 현상이 변경됐고, 문화재청과 사전 협의 없이 이를 진행한 점을 인정했다.

김해시는 이 같은 문화재 복원 과정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었으며, 향후 정비·복원 과정에서 문화재청의 조치 결과에 따른 뒤 복원을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김해시 관계자는 7일 “오랜 기간 햇빛과 비바람에 훼손된 바닥돌을 하나하나 손으로 빼 내 고압 세척하고 표면 강화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부 원형대로 위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구산동 지석묘가 경남도 문화재여서 경남도의 현상변경 허가만 받았는데, 문화재청과의 협의를 빠트렸다”며 “세세하게 챙기지 못한 점을 인정하고 향후 문화재청 조치 결과에 따라 복원 정비를 재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지석묘 훼손 사실은 문화재청이 민원을 접수한 뒤 현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돼 김해시와 경남도에 통보됐다.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은 원형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구산동 지석묘는 2007년 구산동 일원의 택지지구개발사업 당시 발굴됐다.

발굴 당시 지표에서 땅속 10m 깊이에서 확인된 이 고인돌은 상석 무게가 350t 규모로 학계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확인됐으며, 고인돌을 중심으로 한 묘역시설이 1615㎡에 이른다.

하지만 시는 그 당시 지석묘를 노출시킬 경우 훼손될 것을 우려해 땅속에 그대로 매립했었다.

이후 시는 2018년 땅속에 보존된 지석묘를 역사자원 활용과 유적공원 조성을 위해 원형 상태로 복원하는 ‘구산동 지석묘 정비·복원사업’을 결정했다. 시는 이어 사업비 16억 7000만 원을 들여 문화재 전문보수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했고, 2020년 12월부터 시굴조사에 착수해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었다.



정태백 기자 jeong1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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