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2000년대생 첫 정복 김주형 “아직 갈 길이 멀다”
PGA 투어 새 역사 쓴 김주형
1R 1번 홀서 4타 까먹었지만
24타 줄이는 무서운 뒷심 발휘
플레이오프 1·2차전 출전 확정
최종전 ‘챔피언십’ 진출도 눈앞
생애 첫 PGA 투어 정상에 오른 김주형이 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윈덤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 홀에서 티샷을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김주형(20)이 2000년 이후 출생 선수 중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오르면서 PGA에 2000년대생 시대를 열었다.
김주형은 8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세지필드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윈덤 챔피언십에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0타를 기록하며 PGA 투어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사실 김주형은 이번 대회 1라운드 1번 홀(파4)에서 쿼드러플 보기를 범해 무려 4타를 까먹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어린 나이답지 않은 침착함으로 이후 경기에서 24타를 줄이며 극적인 우승을 이뤄냈다. 최종 라운드에선 이글 1개와 버디 8개, 보기 1개로 9언더파 61타를 몰아치는 무서운 ‘뒷심’을 보여줬다.
4라운드에서 공동 3위로 출발한 김주형은 경기 초반부터 폭풍 같이 버디를 잡아내며 선두를 따라잡았다. 2번 홀(파4)에서 약 6m 버디 퍼팅을 시작으로 3번 홀(파3)·4번 홀(파4)에서도 잇따라 버디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두 번째 샷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5번 홀(파5)에선 이글 퍼트를 성공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6번·8번·9번 홀에서도 버디를 낚은 김주형은 전반에만 8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 김주형은 10번 홀(파4)에서 첫 보기를 범했으나, 15번 홀(파5)과 16번 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경기 뒤 인터뷰에서 김주형은 “정말 오랫동안 바랐던 우승이다. 꿈꾸던 PGA 투어 무대에서 첫 승을 거둬 너무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렇게 갑자기 우승이 올 줄 몰랐다. 우승을 전혀 생각 못 하다가 오늘 전반에 성적이 좋아서 긴장이 좀 됐다”며 스스로도 예상 못한 우승이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PGA를 정복했지만 김주형은 일찌감치 ‘천재성’을 보였던 유망주였다. 2019년 17살 때 파나소닉 오픈에서 아시안프로골프 투어 사상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우승을 차지했고, 2020년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 혜성 같이 등장해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2020년 코리안투어 데뷔전인 우성종합건설 부산경남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김주형은 두 번째 대회인 군산CC 오픈에서 곧바로 정상에 오르며 골프계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엔 SK텔레콤 오픈 우승을 비롯해 준우승 3회로 상금왕, 대상, 평균타수 1위를 휩쓸었다.
세계랭킹 92위로 PGA 챔피언십에 출전해 PGA 투어와 첫 인연을 맺은 김주형은 지난달 제네시스 스코틀랜드 오픈 3위에 오르며 PGA 투어 특별 임시회원 자격을 따냈다.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선 7위를 차지해 다음 시즌 투어 카드를 획득한 뒤, 이번 대회 우승으로 곧바로 PGA 투어 회원 자격을 얻은 것은 물론 이번 시즌 플레이오프 대회 출전권까지 거머쥐었다.
페덱스컵 포인트 500점을 얻어 페덱스컵 34위에 오른 김주형은 플레이오프 1·2차전인 세인트주드 챔피언십과 BMW 챔피언십 출전을 확정했다. 두 차례 플레이오프 대회에서 순위를 더 올리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 출전도 바라볼 수 있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