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입학, 현실적으로 추진 어렵다” 교육부, 사실상 폐기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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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윤 차관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
“계속 고집할 사안은 아니다”
교총·교사노동조합연맹 등
즉시 철회·재공론화 반대 주장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 5세 입학 정책’을 꺼내 거센 역풍을 맞고 박순애 사회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전격 사퇴(부산일보 8월 9일 자 1면 등 보도)한 데 이어 장상윤 교육부 차관도 해당 정책에 대해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말해 사실상 정책 폐기를 시사했다. 하지만 교육단체들은 윤석열 대통령과 교육부가 보다 명확하게 정책 폐기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만 5세 입학 정책 관련 “지금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차관의 해당 발언이 사실상 정책 폐기로 읽히는 대목이다.

장 차관은 또 “초등 입학연령 하향 방안은 업무보고를 통해 하나의 제안사항으로 보고가 됐던 것”이라며 “보고 내용은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보겠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정책의 취지 자체는 교육과 돌봄에 대한 국가책임을 강화해 보자는 취지의, 하나의 수단”이라며 “정부로서는 그 안에 대해서 계속 고집하거나 그 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박순애 부총리는 초등학교 취학연령 하향과 외국어고 폐지 등의 교육정책을 놓고 혼선을 빚어오다 지난 8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박 부총리는 “제가 받은 교육의 혜택을 국민들께 되돌려 드리려고 했으나 많이 부족했다”며 “학제개편 등 모든 논란의 책임은 저에게 있고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부총리가 떠난 뒤에도 교육단체들은 속속 성명을 발표하고 정부가 학제개편 정책 폐기를 확실히 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성명에서 “만 5세 초등 입학, 외고 폐지 등 현장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공론화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교총은 이어 “국가의 교육책무를 강화할 취지라면 취학연령을 낮출게 아니라 유보통합과 만 5세 유아 공교육화를 강화하는 쪽으로 지원해야 한다”며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대응해 입직연령을 낮추기 위해서는 취학연령을 낮출 게 아니라 고졸 취업을 활성화하고 대학에서 수년간 스펙 쌓느라 휴학하는 청년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아동발달 단계와 교육원리에 맞지 않는 초등 취학연령 하향 정책은 마땅히 폐기되어야 하며, 재공론화도 없어야 한다”면서 “정부가 교육정책에서 교육전문가인 교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정책결정 시스템을 마련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교육단체와 학부모, 교사 등으로 구성된 ‘만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는 “부총리가 사퇴했음에도 여전히 교육부를 비롯한 부처 등에서 만 5세 초등취학 정책을 공론화에 부치고 논의를 이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기에 안심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은 장관 사퇴로 이 사태를 수습했다 생각하지 마시고, 다시는 만 5세 초등 취학 정책이 거론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명확하게 약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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