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비대위 출범, 이번엔 국정 중심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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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등 풀어야 할 난제들 첩첩
집권여당 면모 일신해 민심 다독여야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국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 서병수 전국위원회 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국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마침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체제로 전환됐다. 당 대표 직무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당헌 개정, 비대위원장으로 주호영 의원 지명과 임명 등 비대위 체제 전환을 위한 일련의 절차가 9일 하루 만에 마무리됐다. 국민의힘은 내친김에 이번 주 안에 비대위원 인선까지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다. 이처럼 집권 겨우 석 달만에 다급하게 비대위를 꾸릴 수밖에 없을 정도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은 여당의 모습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이왕 비대위 체제를 꾸렸으니 이를 통해 그동안 권력 투쟁으로 야기된 내홍을 조속히 수습하고 집권당으로서 온전한 위상을 갖추기를 바란다.

‘주호영 비대위’가 넘어야 할 산은 첩첩이다. 비대위 출범으로 자동 해임된 이준석 대표 측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느냐가 당장의 고비다. 이 대표 측은 이미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한 상태다. 이 대표 측이 벼랑 끝 전술로 나오고 비대위가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지금보다 더한 혼돈에 빠져들 수 있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전대)를 언제 치르느냐도 비대위가 풀어야 할 난제다. 전대 개최 시기는 당권 주자들 간 유불리가 첨예하게 갈리는 문제다. 2개월 뒤 조기 전대와 내년 초 정기국회 후 전대를 놓고 논란인데, 비대위의 결정이 또 다른 당내 권력 투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보궐선거에 이어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다수의 국민이 승리가 가능한 표를 국민의힘에 몰아 줬지만, 국민의힘의 지난 행적은 그런 국민에게 큰 실망만 안겨 줬을 뿐이다. 코로나19와 물가 폭등 등 이전에 보기 힘든 위기로 국민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집권여당까지 된 국민의힘은 집안싸움에 여념이 없는 오만한 모습을 보였다. 잇따른 실책으로 위기에 몰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을 여당으로서 비판·견제하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힘이 돼 준 것도 아니었다. 이런 형편에 어찌 민심이 등을 돌리지 않겠는가. 근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호감도가 더불어민주당보다 크게 뒤처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 하겠다.

민심의 엄중한 경고를 무시하고서는 비대위가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처방을 내놓다 해도 국민의힘은 현재 처한 위기를 해소하지 못할 것이다. 사실 국민의힘은 그동안 여당으로서 국정 철학과 비전을 말로만 다짐했지 충실히 실천하는 모습은 보여 주지 못했다. 흔히 ‘당·정·대’라고 뭉뚱그려 일컫지만, 그 말에는 정부와 대통령실에 앞서 여당이 국정을 이끌 책임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힘은 이번 비대위 출범을 계기로 국정을 책임지는 집권당의 면모를 일신하고, 나아가 바닥 모를 지지율 추락으로 국정 동력을 급속히 상실하고 있는 윤석열 정부가 제 궤도에 안착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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