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부 폭염·중부 폭우… 준비만이 기상이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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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국토에 극단의 폭염·폭우 동시 발생
기상 재해 대처도 더 상시화·고도화 해야


부산은 지난달 말부터 열흘이 훨씬 넘도록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 서울 등 중부권에선 8~9일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지난 8일 밤 내린 집중호우에 물에 잠긴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 연합뉴스 부산은 지난달 말부터 열흘이 훨씬 넘도록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 서울 등 중부권에선 8~9일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지난 8일 밤 내린 집중호우에 물에 잠긴 서울 강남역 인근 도로. 연합뉴스

부산은 지난달 말부터 열흘이 훨씬 넘도록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는데, 서울 등 중부권에선 8~9일 115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국토가 좁은 나라임에도 갈수록 지역에 따라 폭염과 폭우, 가뭄 등 극명한 날씨 편차를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폭염과 폭우의 원인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형성된 북태평양 고기압과 대륙 기압의 충돌로 설명하고 있지만, 과학계에서는 더욱 근본적으로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을 꼽는다. 이는 앞으로 현재와 같은 기상이변이 더 자주, 더 강도 높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한반도도 이제 기상이변의 일상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보이는 극과 극의 날씨는 기상이변이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우선 남부 지방은 연일 폭염 특보와 열대야의 한증막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만 해도 최근 10여 일째 열대야에다 4일 연속 폭염 경보로 시민들은 일상적인 외부 활동마저 크게 줄이고 있다. 반면 중부 지방은 29시간 동안 420㎜의 폭우가 쏟아져 사망자 8명을 포함해 15명의 아까운 인명 피해를 냈다. 침수와 정전으로 인한 물적 피해도 적지 않다. 중부권의 폭우는 이게 끝이 아니라 10일에도 최대 300㎜의 비가 더 내린다고 한다. 남부권의 폭염도 다음 주 중반까지는 계속된다고 하니, 양극단의 날씨가 한반도를 두 동강 낸 셈이다.

폭염과 폭우로 대비되는 극단의 날씨가 이어지자 일선 지자체도 나름대로 대책 마련에 바쁜 모습이다. 폭염이 심한 부산의 경우 특히 취약 계층의 무더위 체감온도를 낮춰 주는 온열 질환 키트를 제공하고, 드론을 활용해 각종 작업장의 온열 질환자 발생 여부도 점검하고 있다. 시민의 안전을 보살펴야 하는 지역 정부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폭우가 쏟아진 서울시도 24시간 긴급대응체계에 돌입하는 등 피해 최소화에 총력을 쏟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대책으로는 향후 더 큰 기상 재해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강해지는 기상이변만큼 재해 대책에도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기상이변의 일상화에 따라 이에 대응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준비도 더 상시화·고도화돼야 한다. 예전의 경험에만 기댄 안일한 재해 대책으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가 없다. 당장 이번 서울의 폭우만 해도 서울시가 올해 수방·치수 예산을 900억 원가량 줄인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판이다. 사후 수습책도 중요하지만, 사전 피해 예방을 위한 행정 자원의 체계적인 준비와 과감한 투입에 주저해선 안 된다. 기상이변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 대응책 역시 최소한 비례적으로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향후 재앙적 수준의 기상이변을 극복하려면 철저한 준비 외에 달리 우리가 기댈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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