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 대통령 “베트남 참전 추모 시설물, 북항에 조속 설립” 지시
최근 보훈처 업무보고 때 당부
박민식 처장 “전문가 의견 수렴”
보고 앞서 현장 실사도 진행
예상 부지는 ‘친수공원’ 일대
기념관·추모의 벽 등 형태 거론
월남전 당시 부산항 3부두에서 월남으로 파병되는 군인들을 가족과 친지들이 환송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베트남전 참전 기념시설 건립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파월군이 떠나기 전 밟은 마지막 고국 땅인 부산항 제 3부두, 현재의 북항 재개발 지역에 이들을 추모하는 시설을 설립하는 안에 대해 최근 “조속하게 추진하라”고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무 논의는 이제 첫 발을 뗀 상황이지만 정권 초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데다 최근 보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온 만큼 사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국가보훈처는 지난 9일 업무보고를 통해 윤 대통령에 부산 북항에 베트남전 참전 기념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박민식 보훈처장에게 “신속하게, 조속하게 추진하라”며 수차례 당부했다. 박 처장은 통화에서 “여러 건의 보훈처 사업을 보고했지만 윤 대통령은 북항에 베트남전 참전 용사를 추모하는 시설물 설립에 대해 강하게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보훈처는 대통령 업무보고에 앞서 지난주 북항 재개발 단지를 찾아 현장 실사를 진행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과거 부산항 3부두 위치에 이미 개발이 일부 완료된 곳도 있으며 진행 중인 곳도 상당 부분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했다”며 “장소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추모 시설 설립 예상 부지는 북항 재개발 1단계 친수공원 일대다. 북항재개발 사업을 통해 부산시에 귀속되는 부지인 까닭에 보훈처는 부산시와 적극적인 협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형태는 기념관부터 기념비 등 다양하게 거론된다. 현재 공원 조성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지가 넓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제막식을 가진 미국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 내 ‘추모의 벽’ 형식도 거론된다. ‘추모의 벽’은 미국 정부가 한국전에서 전사한 자국 군인과 한국 군인 카투사 등 4만여 명의 명단을 일일이 새겨 이들을 기억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조형물이다.
박 처장의 이 같은 구상은 나라를 위해 희생한 이들에 대해 국가가 확실한 보상을 해야만 국민의 자발적인 헌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박 처장의 부친인 박순유 중령 또한 월남전에서 맹호부대 첩보부대를 지휘하다 1972년 6월 전사했다. 박 처장은 “당시 (베트남전)파병 용사 평균 연령은 20대 초반이었다”며 “각자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기에 국가를 위해 희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미국 추모의 벽 준설 이후 이름 위에 흰 종이를 대고 탁본을 떠가는 사람들을 어렵잖게 볼 수 있다”며 “기념시설 건립에 대해 반론도 나오지만,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나. 기념시설 건립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