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내홍, 윤 대통령도 책임 회피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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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대표 회견, 내분 사태 다시 점화
국정 파행 우려 국민들 고통 더는 안 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던 중 눈물을 닦고 있다. 연합뉴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면서 잦아드는 듯했던 국민의힘 내분 사태가 13일 이준석 대표의 기자회견으로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이날 회견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 대한 분노와 저주, 복수의 다짐으로 가득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에 대해서도 “리더십 위기”를 거론하며 직격탄을 날렸다. 성 상납 의혹과 함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이 대표의 반발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 대선 승리를 위해 함께 뛰었던 대통령과 측근, 그리고 여당 대표가 불과 몇 달 만에 이렇듯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내막이 어떻든, 그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실로 절망스럽다. ‘가관’ ‘점입가경’ ‘막장 드라마’ 등 어떤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다. 여당의 내분으로 국정운영 파탄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건 국민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회견을 두고 내부 여론이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고 한다. 당의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지지율 반등과 민생 챙기기에 힘써도 모자랄 판인데 되레 당의 어수선한 분열상이 더 커지는 상황인 것이다. 이 대표는 비대위 출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의 법원 판단과 상관없이 윤핵관 세력과의 전면전을 예고한 터라 향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지금까지 국민의힘 대응 행태를 봤을 때 이제는 당내 자중지란을 해결할 능력조차 없는 게 아니냐는 의문을 품게 된다. 일부 의원들이 수해 현장에서 믿기 힘든 망언으로 수권정당으로서의 의지와 자질을 날려버린 게 불과 얼마 전이다.

물론 이 대표의 좌충우돌 정치 행보에도 문제가 많다. 정치인으로서의 기본 자질 자체가 부족하다는 당내 부정적 여론은 차치하더라도, 정치인이라면 모름지기 국민을 걱정하는 마음과 현실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억울한 면이 있더라도 감정에 치우쳐 자신의 입장만 강조하고 정치투쟁을 도모하는 건 무책임한 태도다. 더군다나 민생이 매우 위급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명분이 있어도 국민 지지를 얻기가 힘든 법이다.

분란을 일으킨 사람들, 그러니까 이 대표와 윤핵관으로 대표되는 내홍의 당사자들이 책임을 지는 게 맞는다. 집안싸움을 법정으로 가져가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정치적 상처를 입히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인가. 더불어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윤핵관의 거취와 입장 역시 최대한 빨리 정리되는 게 순리라고 본다. 결국 이 사태를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자신과 무관한 일로 치부하면서 뒷짐만 지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사생결단식 싸움의 귀결은 누구나 다 알듯이 공멸이다. 무엇보다 국정 파행으로 국민들이 더 큰 고통을 겪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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