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트럼프 선봉’ 리즈 체니 경선 완패… 견고해진 트럼프 입지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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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서
트럼프 지지 받은 후보에 패배
다른 ‘반트럼프’ 의원들도 고배
대선 향배 중간선거 결과에 주목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당내 예비선거가 치러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이 16일(현지시간) 당내 예비선거가 치러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최근 미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거주지를 압수수색 당하며 위기를 겪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내 견고한 입지를 재확인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반(反)트럼프 인사들이 줄줄이 경선에서 낙마한 것이다. 강제 수사 이후 보수층 결집까지 나타나 차기 대선을 가를 중간선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와이오밍주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리즈 체니 하원의원이 99% 개표 기준 28.9% 득표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해리엇 헤이그먼(66.3%)에게 완패했다. 체니 의원은 3선 의원에 의원총회 의장직까지 지냈던 인사다. 지난해 1월 의사당 폭동 사건의 책임을 물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등 대표적인 반트럼프 인사로 꼽힌다. 이번 경선을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체니 의원과 치르는 대리전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체니 의원은 경선 패배 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그(트럼프)를 물리치려면 공화당과 민주당, 무소속의 광범위한 단합 전선이 필요하고, 나도 그 일부가 되려고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을 계속 저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SNS를 통해 “리즈 체니는 우리 나라를 파괴하고자 하는 이들의 손에 완전히 놀아난 바보”라고 언급했다.

더불어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 다른 의원들도 경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제이미 에레라 보이틀러(워싱턴), 피터 마이어(미시간), 톰 라이스(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 등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한 후보에게 졌다. 애덤 킨징어(뉴욕), 존 캣코(뉴욕), 프레드 업턴(미시간), 앤서니 곤살레스(오하이오) 의원 등 4명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탄핵 찬성 의원 중 경선을 통과한 후보는 댄 뉴하우스(워싱턴), 데이비드 발라데이오(캘리포니아) 의원 2명뿐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들 의원이 지역구에서 공화당 유권자들의 분노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검찰과 FBI로부터 각종 수사를 받으며 정치생명이 위기에 놓였다. 앞서 8일에는 개인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가 갑자기 압수수색 당하며 허를 찔리기도 했다. 그러나 전방위 수사에 맞서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이를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실제 압수수색 직후인 지난 11일 폴리티코와 모닝컨설트가 여론조사를 한 결과 공화당 지지층과 공화당 성향의 무소속 유권자의 57%가 ‘오늘 경선이 진행되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지난달 수치(53%)보다 소폭 늘었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11월 중간선거 결과가 대선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의 공화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 간 치열한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도 최근 역점을 둬 추진한 558조 원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366조 원 규모의 반도체·과학법이 모두 의회를 통과하며 리더십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아프가니스탄 철군 등으로 크게 떨어졌던 지지율도 회복하는 추세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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