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음주 운전보다 무서워…” 작정하고 잡아낸 오토바이 불법 행위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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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면교차로 단속 현장 가 보니

불법·난폭운전 단속 여론 많아
41개 집중 단속구간 152명 배치
인도 주행 등 이날 151건 적발
부산경찰 “점검 강화해 사고 예방”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은 18일 서면교차로 일대에서 교통안전공단, 구청 등 합동으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이륜차(오토바이) 합동단속을 벌였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 자치경찰위원회와 부산경찰청은 18일 서면교차로 일대에서 교통안전공단, 구청 등 합동으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이륜차(오토바이) 합동단속을 벌였다. 정대현 기자 jhyun@

“안전모 미착용으로 범칙금 2만 원 부과하겠습니다.”

18일 오후 2시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 교차로 한가운데 서 있던 경찰이 손짓으로 오토바이 운전자를 멈춰 세웠다.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도로를 달리던 20대 오토바이 운전자는 고개를 푹 숙였다. 운전자는 “더워서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같은 시간대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은 오토바이가 단속에 나선 경찰의 눈에 들어왔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불러 세운 경찰은 운전자에게 번호판 미부착으로 단속에 적발됐음을 통지했고, 이에 운전자는 “차량 등록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과 부산시자치경찰위원회가 18일 도로 교통과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오토바이 불법행위 일제 단속에 나섰다. 경찰은 앞으로도 주기적인 단속을 통해 오토바이 사고를 줄이고 올바른 교통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단속반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부산 부산진구 서면교차로에서 대규모 합동 오토바이(이륜차) 광역 단속을 진행했다. 이번 집중 단속은 최근 급증하는 오토바이 교통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추진됐다.

단속 대상은 서면교차로를 중심으로 연결되는 새싹로, 중앙대로, 가야대로 등 총 41개 지점을 지나는 모든 오토바이 운전자다. 이날 집중 단속 구간 일대에는 경찰과 교통안전공단, 구청 직원 등 152명이 배치됐다. 단속반은 안전모 미착용, 무면허, 번호판 미부착, 차량 불법개조 등을 집중 단속했다.

이날 서면교차로는 경찰 단속에 적발된 오토바이들로 줄을 이었다. 이날 경찰에 적발된 오토바이 불법행위 단속 건수는 모두 151건이었다. 안전모 미착용, 신호 위반, 인도 주행, 무면허 등 도로교통법 위반이 121건에 달했고, 불법 튜닝, 번호판 미부착, 안전 기준 위반(LED 등 불법 부착물 부착 등) 등 자동차관리법 위반은 30건이었다. 이 중 가장 많은 적발 유형은 역시 안전모 미착용으로 96건이나 됐다. 다음으로 안전 기준 위반이 15건, 신호 위반이 12건, 인도 주행이 11건 등이었다.

이날 경찰의 일제 단속에 적발된 일부 오토바이 운전자는 강하게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번호판 가드로 번호판 테두리를 가린 상태로 오토바이를 운행하다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운전자는 “번호의 숫자가 보이지 않는 것도 아니고 번호판 테두리만 가려져 있는데 갑자기 단속하니 황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단속 대상이 된 오토바이 대부분은 배달 오토바이였다. 실제로 지난해 부산 지역 오토바이 불법행위 단속 건수는 6만 7760건으로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직전인 2019년 2만 553건에 비해 3.3배가량으로 증가했다. 서면교차로뿐만 아니라 부산 도로 곳곳에서 아슬아슬하게 도로를 주행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부산 시민들은 교통 법규를 지키지 않는 오토바이 운전자 때문에 불편과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부산 경찰 치안활동 설문 조사’에 따르면 부산 시민 응답자 30.9%가 ‘오토바이 불법행위’를 교통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소로 꼽았다. 음주 운전과 무단 횡단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인 김 모(24) 씨는 “차선을 계속 바꿔 가며 난폭 운전하거나 인도로 침범하는 오토바이 때문에 사고가 일어날 뻔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이번 단속을 계기로 올바른 교통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집중 단속을 계기로 오토바이 불법행위에 대한 점검·단속을 확대할 계획이다.

부산경찰청 김진우 교통안전계장은 “오토바이는 일반 자동차보다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운전자는 본인은 물론 타인의 안전을 위해서 교통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며 “이번 점검을 계기로 부산 전역으로 단속을 확대해 시민들이 불편과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안전한 교통 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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