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진실' 침묵으로 일관한 경찰, 이번엔 머리 숙일까?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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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복지원 진실 규명 조사 결과
전직 검찰총장·부산시장 사과
부산경찰청 “본청과 논의 중”

2018년 11월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18년 11월 문무일 검찰총장이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만나 직접 사과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형제복지원의 인권유린에 개입된 국가기관 중 부산시와 검찰은 이미 피해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인권유린의 한 축이었던 경찰은 지금까지 사과한 적이 없다.


2018년 2월 6일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진상규명 대상 후보 사건으로 발표했고, 같은 해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는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 신청을 문무일 전 검찰총장에게 권고했다. 이에 검찰은 그해 11월 형제복지원 박인근 원장의 특수감금죄를 무죄로 판단한 1989년 판결에 대해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신청했다.

문 전 총장은 2018년 11월 2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피해생존자 모임 한종선 대표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 명을 만나 “검찰이 외압에 굴복해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말았다는 과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검찰이 피해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아 현재까지 (고통이)유지되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점에 대해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앞서 오거돈 전 부산시장도 취임 두 달 만인 2018년 9월 16일에 형제복지원 피해자와 가족에게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오 전 시장은 당시 “부산시는 복지시설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함으로써 시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부산시를 대표하는 시장으로서 너무나 늦었지만, 시민 여러분과 피해자, 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재까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원회가 사건 진상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사과할 것을 권고했기 때문에 경찰도 침묵으로 일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경찰이 부랑인을 단속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한 ‘내무부 훈령 제410호’의 불법성도 드러났기에 행정안전부도 이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부산경찰청 내부에서는 내무부 훈령 제410호가 부산 경찰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경찰에 해당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입장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진실화해위원회의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 조사 발표에 대해 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이 논의 중이다”며 “경찰청이 곧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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