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비엔날레 3일 개막…부산항 1부두 시민에 첫 공개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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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와 노동, 물류 이동 일어났던 역사적 장소
영도는 산업 흔적, 산복도로는 서민 삶 묻어나
“전시 장소마다 상징성, 주제 엮임도 흥미로워”

2022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1일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작품 설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2 부산비엔날레 개막을 이틀 앞둔 1일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작품 설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2 부산비엔날레가 3일 개막했다. 부산비엔날레에서는 부산항 1부두가 시민에게 처음으로 공개되는 등 부산에 있어 상징성이 큰 공간이 전시장으로 활용돼 관심을 끌고 있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물결 위 우리(WE, ON THE RISING WAVE)’를 주제로 11월 6일까지 열린다. ‘물결’은 사람들의 이동, 요동치는 역사, 전파와 파장, 땅과 바다 그리고 각 요소들의 상호 연결을 의미한다. 김해주 전시감독은 “언덕을 지나다 바로 바다가 나오는 부산의 풍경에서 ‘물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며 “산으로 둘러싸인 도시, 언덕과 바다가 바로 면하는 물결의 울렁거림 안에서 부산의 삶, 역사, 현재의 모습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11월 6일까지 ‘물결 위 우리’ 주제로 전시

부산현대미술관·북항·영도·초량 전시장

이주·여성(노동자)·도시 생태계·기술변화

4개 세부 주제로 64팀 239점 작품 선봬

1일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작품 설치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일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에서 관계자들이 작품 설치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이번 전시는 개항 이후 급격한 변화와 도시의 형성, 한국전쟁과 산업화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이 이주해 부산의 지형 위에 자리 잡은 모습,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등 ‘우리 몸의 신체적 감각이 지형과 역사를 어떻게 드러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 전시감독은 “‘물결 위’는 먼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높이이기도 하고 출항을 앞둔 상황일 수도 있다”며 “파도를 타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 함께 파도를 타는 이들은 누구인지에 대해 질문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2022 부산비엔날레는 64팀 총 80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주’ ‘여성 그리고 여성 노동자’ ‘도시 생태계’ ‘기술 변화와 로컬리티’ 4개의 세부 주제로 239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주 전시장인 부산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부산항 제1부두 창고, 영도 폐공장, 초량 산복도로의 주택이 전시공간으로 변신했다. 이들 공간은 부산에 있어 상징성이 큰 곳이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오토봉 엥캉가(왼쪽) 작가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오토봉 엥캉가(왼쪽) 작가가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1일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김종진 기자 kjj1761@ 1일 부산 중구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 김종진 기자 kjj1761@
2022 부산비엔날레 영도 폐공장에 이미래 작가의 작품(왼쪽)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2022 부산비엔날레 영도 폐공장에 이미래 작가의 작품(왼쪽) 등이 전시되어 있다. 오금아 기자

특히 부산항 제1부두는 비엔날레를 통해 시민 앞에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부산항 제1부두는 1912년에 준공돼 한국 근현대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산현대미술관과 함께 주 전시장으로 사용되는 1부두 창고는 1970년대에 지어진 것으로 규모가 약 4000㎡에 이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공간이 품은 부산의 역사가 놀라움으로 다가온다. 1부두 창고에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한 김주영 작가는 “전시 공간을 처음 봤을 때 너무 멋진 공간이라서 감동했다”고 전했다.

2년 전 2020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을 맡았던 야콥 파브리시우스 아트 허브 코펜하겐 디렉터도 부산항 제1부두 전시장을 보고 감탄했다. 파브리시우스 디렉터는 “초량의 작은 집을 이용한 송민정 작가의 작품이나 영도 폐공장에 설치된 이미래 작가의 작품도 좋았다”며 “전시 장소들이 각각 확실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고, 네 가지 세부 주제의 엮임도 흥미롭다”고 말했다.

2022 부산비엔날레 초량 산복도로의 빈집에 전시된 송민정 작가의 작품. 오금아 기자 2022 부산비엔날레 초량 산복도로의 빈집에 전시된 송민정 작가의 작품. 오금아 기자

김달진미술연구소의 김달진 소장은 “보통 비엔날레라고 하면 ‘현대미술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쉬운데, 2022 부산비엔날레는 일반인이 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잘 살려서 (작품이) 하나하나 마음에 와닿는 느낌을 준다”고 감상 소감을 밝혔다.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부산항 제1부두는 이주와 노동, 물류의 이동이 일어났던 역사적 배경이 있는 장소로, 부산항만공사의 협조를 받아 시민에 처음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집행위원장은 “영도는 산업의 흔적이 남은 지역이며, 초량 산복도로는 피난민의 역사와 시민의 삶이 묻어있는 장소”라며 “이렇게 의미 있는 공간들을 활용하게 되어 이번 부산비엔날레가 더 뜻깊은 전시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는 4일 오전 역대급 초강력 태풍으로 추정되는 ‘힌남노’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갖고 5일과 6일 양일간 2022 부산비엔날레 전시를 휴관하기로 했다. 또 야외 홍보물과 티켓박스 등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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