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총리 리즈 트러스… ‘감세’로 복합 위기 돌파하나
집권 보수당 대표 투표서 57.4% 득표
외무·국제통상 장관 등 요직 두루 거쳐
대처 전 총리 정책 따르는 ‘리틀 대처’
고물가·경기침체 등 해결 과제 ‘첩첩’
5일 영국 차기 총리로 선출된 리즈 트러스(47) 외무장관이 남편 휴 오리어리의 축하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영국 총리로 선출된 ‘리틀 대처’ 엘리자베스(리즈) 트러스(47) 외무부 장관이 “세금을 낮추고 경제를 성장시키는 담대한 구상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임기 초부터 마주할 물가 상승과 에너지 위기 등 산적한 현안에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관심이 쏠린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총리로 정식 취임한다. 앞서 5일 결과가 발표된 영국 집권 보수당 대표 투표에서 8만 1326표(57.4%)를 얻어 6만 399표(42.6%)를 받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부 장관을 꺾고 신임 당 대표로 뽑혔다. 지난달 초부터 지난 2일까지 치러진 투표에는 보수당원 17만 2437명 중 82.6%가 참여했다. 의원내각제인 영국에서는 다수당 대표가 총리가 된다.
트러스 내정자는 작은 정부, 매파 외교 등 ‘철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정책 노선을 따르겠다는 뜻을 밝혀 ‘리틀 대처’로 불렸다. 대만과 갈등을 겪는 중국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등에 대해서도 강경 대응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젊은 나이에 외무 장관, 국제통상부 장관 등 요직을 거치며 정치력도 인정받았다.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이며, 2010년 취임한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다.
‘트러스 시대’의 막이 올랐지만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 경기침체 우려, 공공부문 연쇄파업 등 총체적 난국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계 경제 사정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으로 평가받는다. 파운드화 가치도 3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당장 다음 달 가계 에너지 요금 급등을 앞두고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에 트러스 내정자가 오는 7일 가계 에너지 요금 동결을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상황이다. 트러스 내정자가 줄곧 강조한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의 로드맵도 빠르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트러스 내정자는 당선 소감에서 “가계 에너지 요금 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에너지 공급 관련 장기적 문제도 다루겠다”고 밝혔다. 한편 유럽연합(EU) 측 고위 당국자들은 트러스 내정자의 당선에 ‘뼈 있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트러스 내정자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투표 때는 유럽 잔류를 지지하다가 외무장관 시절에는 브렉시트 지지파로 돌아서며 EU와 극렬 대치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합의를 온전히 준수하는 가운데 (영국과)건설적인 관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합의는 ‘북아일랜드 협약’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브렉시트 당시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는 EU 단일시장에 남아 EU 규제를 따르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했다. 반면 러시아는 트러스의 당선에 “더 나쁜 것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더 나쁜 쪽으로 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며 경계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