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남노] “차 옮겨라” 안내 방송에…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서 7명 실종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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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듣고 갔다 침수 대피 못 해
배수에 최대 8시간 걸릴 듯
다른 아파트서 차 빼던 60대 사망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6일 오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침수돼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 사고로 7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태풍 ‘힌남노’가 불어닥친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러 갔던 시민 7명이 실종되고 1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졌다. ‘차를 대피시키라’는 안내방송을 듣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다가 순식간에 밀려든 물을 헤쳐나오지 못한 것이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41분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입주민들이 차를 빼러 갔다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무더기로 접수됐다. 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은 이날 폭우로 완전히 침수됐다.


아파트 1·2차 단지에 거주하는 이들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지하 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 조치하라는 관리사무실 안내방송 후 차량 이동을 위해 나갔다가 실종됐다.

아파트 주민들에 따르면 1·2단지 관리사무실은 오전 6시부터 수차례 출차 안내 방송을 했다. 1단지에는 “지하 주차장은 침수되지 않았으며, 놀이터 쪽 지상 주차장에 세운 차는 출차해야 한다”고 안내 방송이 나왔으며, 오전 6시 30분께 나온 세 번째 방송 때 “주차장에 물이 차니까 차를 옮기라고 했다”고 한다. 2단지에는 수차례 동일하게 “지하 주차장이 침수되고 있으니 긴급하게 차를 빼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고 주민은 입을 모았다.

아파트 출차 안내방송을 듣고 다수의 주민이 동시에 주차장에 모였으며, 몇 분도 되지 않아 지하 주차장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주민들은 일부 운전자가 차를 버리고 도망치는 바람에 지하 주차장에 차들이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은 ‘ㄷ자’ 형태로 연결된 구조여서 시민들의 대피 동선이 꼬였던 것으로 보인다.

폭우 당시는 만조 때였으며, 인근 대형마트 1층도 침수되는 등 아파트 주변 상황은 몹시 급박했다. 아파트 관리실 관계자는 “1·2차 방송과 3차 방송 사이가 한 20분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갑자기 내용이 바뀐 건 그만큼 갑작스럽게 폭우가 쏟아졌고, 아무도 상황을 예측 못 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갑자기 지하 주차장 차를 빼라고 하니까 모든 집 가장이 다 나갔다”며 “애들을 데리고 나간 집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애 아빠들이 그 시간에 다 차 빼러 나갔다”고 전했다. 주차장의 물을 모두 뺀 뒤 구조를 해야 하는 상황이며, 배수에는 최대 8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 아파트와는 별개로 이날 오전 9시 46분 포항시 남구 오천읍 구정리의 한 아파트에서도 지하 주차장에 차량을 이동하려고 들어간 66세 여성이 실종됐다가 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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