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수 “관객 한명 앞에서 연극한 경험…고래같은 배우 되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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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해수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콘텐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해수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콘텐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전 대학로 소극장에서 관객 한명을 두고 연기한 적도 있는 배우였어요. 요즘의 관심이 아직은 감사하고 신기하기만 해요.”

배우 박해수(41)는 요즘 한국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작품만 다섯 편. 이달 초에는 ‘오징어 게임’으로 미국 프라임타임 에미상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라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다녀왔다. 귀국 후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만난 박해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며 “여러 경험을 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박해수가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2017년 드라마 ‘슬기로운 깜빵생활’의 주연을 맡았을 때다. 당시 그는 공연계에선 이미 잔뼈 굵은 배우로 잘 알려져 있었지만, TV와 스크린에선 낯선 얼굴이었다. 그러다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지난해 가을부터는 그야말로 ‘글로벌 스타’가 됐다. 박해수는 “의도치 않게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며 “제가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와 전세계 시청자를 연결하는 작은 통로가 되려고 이러는 것인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배우 박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섯 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선보였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야차’ ‘사냥의 시간’ 등이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해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섯 편의 넷플릭스 작품을 선보였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 ‘수리남’ ‘야차’ ‘사냥의 시간’ 등이다. 넷플릭스 제공

박해수는 이달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로서 자부심과 K콘텐츠의 위상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많은 관계자가 한국 콘텐츠에 관심과 기대감을 보여주셨다”며 “예전에는 ‘아시아 배우’라는 느낌이 강했다면 지금은 ‘한국 배우’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한국 시청자들의 콘텐츠 보는 눈이 워낙 좋다”면서 “그 부분을 만족시키려면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선보여야 하니 좋은 콘텐츠가 많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작품인 ‘수리남’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준다. 그는 극 중 마약 밀매업자 체포 작전에 나선 국정원 요원 ‘최창호’를 연기했는데, 사실상 1인 2역이다. 최창호가 마약 밀매업자를 유인하기 위해 무역상 ‘구상만’으로 활약해서다. 최창호가 철두철미하고 빈틈없는 인물이라면, 구상만은 자유분방하고 돈 앞에서 거침없다. 박해수는 창호와 상만의 온도에 균형을 맞춰 두 캐릭터를 이질감 없이 그려냈다. 그는 “둘 다 마약 밀매업자를 잡아야 한다는 분명한 전략에 확신이 있다”며 “굳이 톤을 바꾸려고 하지 않아도 대사가 워낙 잘 쓰여 있어 자연스럽게 바꿔지더라”고 말했다.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 컷. 박해수는 이 작품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윤종빈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넷플릭스 ‘수리남’ 스틸 컷. 박해수는 이 작품에서 국정원 요원 최창호를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박해수는 앞으로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요즘 짬짬이 영어 공부도 하고 있다”며 “어느 선배의 말처럼 큰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고래같은 배우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은 바람을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 한 작품 한 작품을 꼭꼭 씹어 소화하려고 해요. 어떤 캐릭터라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싶어요. 배우로서 더 성장하고 싶기도 하고요. 제가 잘 걸어가고 있는지는 10년 후에 오늘을 돌아보면 알게 되겠죠?(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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