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달픔과 낭만이 공존하는 곳", 산복도로를 바꾸는 마을 회장님 [산복빨래방] EP17.
안녕하세요 산복빨래방입니다. 빨래방이 자리 잡은 부산 부산진구 호천마을은 아름다운 야경으로 알려진 마을입니다. 하지만 호천마을은 밤보다 낮이 더 바쁜 마을입니다. 마을 어머님, 아버님들의 다양한 주민 참여 활동들 때문입니다. 체조, 장구 치기, 요가 등 어머님, 아버님의 스케줄은 연예인 못지 않게 바쁩니다. 마을에는 낮 시간 다양한 공사도 진행됩니다. 골목 정비, 공원 조성 등 마을은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뒤에는 마을을 바꿔보겠다며 팔을 걷어붙인 젊은 활동가가 있습니다. 바로 강재성(47) 호천마을 주민협의회장입니다. 평균 연령 70대가 넘는 마을에서 40대는 매우 젊은 ‘마을 막내’ 세대입니다. 그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자기 일’처럼 나섭니다. 그가 꿈꾸는 호천마을은 어떤 모습일까요. 산복도로의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봤습니다.
강재성(47) 호천마을주민협의회장이 <산복빨래방>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호천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동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빨래방이 있는 호천마을에는 16통부터 21통까지 약 1100가구가 산다. 강 회장은 7년째 이 마을 주민협의회를 맡고 있다. <부산일보>가 지난 5월부터 운영 중인 산복빨래방 건물의 주인이기도 하다. 호천마을 바로 옆을 흐르는 호계천 인근 출신인 그는 2013년 개인적인 일로 호천마을에 집을 구했다. 우연한 기회였지만 이후 그는 ‘이 마을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바꿔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눈에 비친 마을 풍경은 조금 생소했다. 오후 8시만 넘어도 동네는 어두컴컴했고 그 흔한 편의점 하나 없었다. 그는 수소문 끝에 주민협의체 문을 두드렸다.
“2013년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이 진행되면서 처음 ‘호천마을 주민협의회’가 만들어졌습니다. 저도 그때 회원이 됐죠. 당시 협의회는 실제 주민보다는 유관 단체 관계자가 더 많아 인위적 성격이 더 강한 조직이었습니다. 주민과 동떨어지기도 하고 내부 갈등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3년 동안 활동하면서 마을이 더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고, 2016년 총회를 거쳐 주민협의회장에 선출됐습니다.”
2016년 주민협의회장이 된 그는 이듬해 큰 변화를 맞는다. 드라마 ‘쌈, 마이웨이’가 방영되면서 주 촬영지였던 호천마을이 전국적인 조명을 받게 된 것이다. 드라마 주인공들 뒤로 호천마을의 아름다운 야경이 특히 주목받았다. 처음엔 외지인을 반기던 마을 주민들은 점차 소음, 주차, 쓰레기 문제 탓에 골머리를 앓았다. 강 회장은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그의 최대 관심사는 주민과 관광객의 공존이었다. 마을에 찾아온 관심도 지키고 주민들의 삶도 지켜야 했다. 일반 주택 옥상인 드라마 세트장을 호천마을 문화 플랫폼으로 옮기고, 대대적인 마을 골목 청소에 나섰다. 덕분에 호천마을을 찾는 관광객의 발걸음이 늘어도 오히려 주민들의 불편은 크게 줄었다.
"호천마을을 바꾸고 싶다"는 목표로 마을주민협의회 활동을 하는 강재성 회장. 강재성 회장 제공
최근 들어 강 회장이 가장 힘쓰고 있는 건 마을 정주 환경 개선이다. 강 회장은 부산 산복도로 9개 마을 공동체 대표자 모임인 ‘부산산복네트워크’에도 소속돼있다. 이들이 공통으로 꼽는 산복도로 마을의 개선점은 불편한 보행 환경과 노후화 된 주거지다.
강 회장은 “호천마을은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노후 주택을 수리하는 등 거주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도시형 스마트팜을 설치해 주민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마을 축제를 열어 외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등 경제적 자립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천마을의 어떤 매력에 빠진 걸까. “과거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 그리고 1960~1970년대는 일자리를 찾는 노동자가 많이 유입됐죠. 호천마을도 원래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지만 피난민과 노동자가 누울 곳을 찾아 들어온 곳입니다. 그만큼 애달프고 한 많은 동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산만의 특별한 역사와 아름다운 야경을 가진 낭만이 공존합니다.”
호천마을은 65세 이상 비율이 30%가 넘는 대표적인 고령화 지역이다. 강 회장은 호천마을이 무엇보다 다시 활력을 찾기를 바란다 젊은 인구는 지속해서 빠져나가고 있어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거주 환경을 개선하고, 다양한 시설이 들어온다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믿고 있다.
강 회장은 고령화 된 마을에 많은 젊은이들이 이사 오기를 소망한다. 강재성 회장 제공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일이 아니라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행복하고 마을에 전입하는 가구도 늘어나서 다양한 연령 계층이 마을에 모여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강 회장님은 마을에서 '홍반장'으로 통합니다. 강 회장님을 통하면 마을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산복도로를 바꾸기 위한 그의 헌신에 산복빨래방은 경의를 표합니다.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이재화 jhlee@busan.com , 김보경 harufo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