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미착용 여성 의문사 이란 반정부 시위 확산
80여 곳서 동시다발… 35명 숨져
2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마흐사 아미니(22) 의문사 규탄 시위 도중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지난 13일 히잡을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구속된 아미니가 16일 사망했다고 발표되자 진상규명 요구 시위가 이란과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란 국영 통신 IRNA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유가족에게 전화로 조의를 표했으며 고인의 죽음에 대한 진상 조사는 신중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금됐다가 의문사하면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각계각층의 동참 속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의문사와 복장 자유 문제를 넘어 이란 지도부의 부패와 정치탄압, 경제위기의 책임을 묻는 정권 퇴진 운동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이란에서는 80여 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위가 벌어졌다. 이란 국영 TV는 지난 17일 시위가 시작된 이래 최소 3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목격자와 SNS를 통해 전해진 시위 현장을 보면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보안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테헤란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경찰이 최루탄을 던지고 창문을 향해 사격했다.
시위대가 여성의 복장 등을 감시하는 ‘풍속 단속 경찰’의 본부를 폭파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전국적인 유혈사태로 사망자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클 가능성도 있다.
시위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경찰 조사를 받다 지난 16일 숨지면서 시작됐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 곳곳에서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겨냥해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 통치를 끝내자는 구호가 나오고 있다.
이란 반정부 시위가 2009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전개되고 있지만 정부는 강경 진압 기조를 유지 중이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최근 유엔총회에 참석했다 귀국한 자리에서 “정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대중의 안전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위대에 경고했다. 또 정보부는 이란 내 모든 휴대폰 사용자에게 이란의 주적이 조직한 시위에 참여할 경우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라 처벌될 것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 내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아미니 사망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일간지 기자 닐루파 하메디를 포함해 최소 17명의 언론인이 체포됐다. NYT는 이번 시위가 이란 공화국 건국 후 처음으로 테헤란 북부 고층 아파트에 사는 부유한 이란인과 남부 테헤란의 시장 상인 등 노동계급, 쿠르드·투르크족, 기타 소수민족 등 계층, 지역, 민족을 망라한 전방위적인 동참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