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령지 합병 투표·예비군 강제 동원 강행… 러, 안팎 분노 폭발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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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동원령 반대 시위 724명 구금
친푸틴 인사까지 비판 목소리
인접국, 탈출 러시아인 수용 찬반

한 러시아 예비군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신병등록 센터 밖에서 아내와 부둥켜안고 있다. 아래쪽은 23일 모스크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귀속 여부에 대해 투표하는 시민. AP연합뉴스·타스연합뉴스 한 러시아 예비군이 24일(현지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 신병등록 센터 밖에서 아내와 부둥켜안고 있다. 아래쪽은 23일 모스크바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대사관에서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러시아 귀속 여부에 대해 투표하는 시민. AP연합뉴스·타스연합뉴스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투표, 예비군 강제 동원 강행으로 러시아 안팎에서 극도의 혼란상이 이어진다. 탈출한 러시아인의 수용을 두고 주변국의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내부에서는 반정부 시위로 구금되는 사태가 끊이지 않고 있다.

24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이날 시위 참가자 724명이 구금됐다.

앞서 21일에도 1300명 이상이 체포되는 등 시위대와 러시아 정부의 대치가 격렬해지고 있다.

러시아 내 혼란이 커지면서 친푸틴 인사도 이례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 마르가리타 시모니안 편집장은 텔레그램에서 “민간인은 35세까지 모집될 수 있다고 발표됐는데 소집서류는 40대에게도 가고 있다”면서 “고의적인 것처럼, 악의에 찬 것처럼 사람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SNS에는 가족, 연인과 부둥켜안거나 눈물을 흘리며 이별하는 러시아 예비군의 모습이 퍼지고 있다. 러시아 스타리오스콜 지역에서는 한 어린아이가 아버지를 향해 “아빠 안녕. 꼭 돌아오세요”라며 작별 인사를 한 뒤 흐느끼는 동영상이 퍼지며 보는 이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군 동원령을 피해 탈출하는 러시아인의 수용을 놓고 주변국의 반응도 엇갈린다.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크렘린궁의 도구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 열려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수용 입장을 전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징집을 피해 탈출하는 러시아 남성의 망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22일 BBC 등은 동원령 선포 후 러시아-조지아 국경 검문소에 탈출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 대기 줄이 5km에 달한다는 목격담도 전해진다.

러시아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헤르손주, 자포리자주 등 4곳 점령지의 합병을 위한 주민 투표도 지난 23일 일제히 시작했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27일까지 투표를 끝낸 뒤 오는 30일 합병 승인을 발표할 수도 있다. 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합병 승인 관련된 절차를 직접 지켜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은 24일 기자회견에서 병합된 지역을 방어하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할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 “추가될 영토를 포함해 러시아 영토는 완전한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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