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소방 전용 진압 장비’ 여전히 부족
2019년 후 화재 58건 발생
올 상반기만 17건 매년 증가세
이동식 냉각 수조 등 늘려야
올해 6월 4일 부산 강서구 범방동 남해2지선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 부산경찰청 제공
전기차 보급 확대로 전기차 화재 역시 증가하고 있지만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한 소방 전용 진압 장비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국회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기차 화재는 모두 58건이 발생했다. 전기화 화재는 2019년 7건에서 2020년 11건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는 23건으로 배 이상 늘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7건의 화재 사고가 났다.
전기차 화재 급증은 전기차의 급속한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올해 8월 기준 32만 8000대다. 전기차 수도 빠르게 증가했는데 2019년 3만 5000대이던 전기차 신규등록 대수는 2020년 4만 7000대, 지난해 10만 대 등으로 늘었다.
전기차 화재는 주로 리튬이온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에 생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액 등으로 구성되는데 외부 충격 등으로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이 접촉해 과열되면서 산소와 가연성가스가 발생해 화재와 폭발로 이어진다. 전기차 화재는 진화가 매우 어렵고 진화 후 다시 불이 붙는 경우도 있다.
부산의 경우 올해 2건의 불이 발생하기 전까지 전기차 화재가 없었다. 올 6월 4일 부산 강서구 범방동 남해고속도로 제2지선 요금소를 통과하던 전기차가 충격흡수대를 들이받고 화재가 난 경우가 대표적이다. 충돌 직후 차량에서 불이 나 30대 운전자 A 씨와 동승자 B 씨 부부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소방대원이 출동한 후에도 차량 하부에 있는 리튬이온배터리 부분이 진화되지 않았고, 이동식 냉각 수조에 차량을 30분간 담근 후에야 불이 꺼졌다.
소방당국은 질식소화덮개나 이동식 냉각 수조 등의 장비를 동원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고 있지만, 장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화재와 연기의 확산을 차단하는 질식소화덮개는 전국의 소방본부 18곳에서 342점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식 냉각 수조는 전국에서 부산(11점)과 세종(2점), 경기(2점) 등 세 곳에만 있다. 이동식 냉각 수조는 전기차를 가운데에 두고 간이수조를 조립한 뒤 물을 채워 배터리를 일정 온도 이하로 냉각시키는 데 쓰인다. 소방청은 올해 말까지 42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차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이동식 냉각 수조를 장만했는데 화재 진압에 도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성만 국회의원은 “전기차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나 화재 진압에 필요한 전문 장비는 매우 부족하고 전기차 화재 진압 방안도 더 연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