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기재부 차관 “우리 국민들, 외국인보다 더 맹렬하게 달러사기 바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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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 SNS 글 게재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제도적 허점 있다”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으나 지금은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전 차관이 2020년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기재부 제공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으나 지금은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사진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전 차관이 2020년 3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1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기재부 제공

김용범 전 기재부 차관이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으나 지금은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강달러 광풍은 여러나라에 심대한 피해를 불러올 것”이라며 “특이한 점은 기축통화인 유로와 엔화의 약세가 두드러지고 상대적으로 신흥국 통화는 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5분의 1 수준으로 절하돼 추풍낙엽신세였던 인도네시아 루피아가 가장 선방하고 있고 태국 바트화도 괜찮다”며 “유로화와 엔화가 더 맥을 못 추는 이유는 두 권역이 쉽사리 금리를 인상하지 못하는 내부사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흥국은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마다 금리를 인상한다. 그러다 보니 미국이 금리를 올릴수록 미국과 이 두 권역(유로·엔)간의 금리차가 더 커진다”며 “가뜩이나 미국과 유럽, 일본간에 성장의 격차가 있는 판에 금리차까지 벌어지니 유로화와 엔화의 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그리고 지금은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자원 자급도가 낮은 나라는 무역수지 적자 폭이 늘고 있다”며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 일본 한국 모두 에너지 자급률이 아주 낮다. 이 세 나라 모두 지금 무역수지가 적자”라며 “신흥국은 대체로 자원 수출국이거나 수입비중이 낮다.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보이거나 교역조건이 악화될 우려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우리나라를 비교해 보면 일본은 단 한차례도 금리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과의 금리역전 현상이 극심한데도 우리보다 약간 더 절하되는데 그치고 있다”며 “기축통화로서 엔화의 저력과 대외 순자산이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일본의 사정도 작용을 하겠지만 내국인의 달러사재기 규모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지금 국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달러를 사는 사람이 누굴까요?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며 “외환위기 때는 금을 모아서 나라를 구하자고 나섰던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국물을 팔고 떠나는 외국인보다 더 맹렬한 기세로 달러 사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그는 “외환자유화 시대에 내국인이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며 “다만 지금과 같이 심리가 중요한 시기에 내국인이 제일 발빠르게 자국 통화 약세에 베팅하는 길이 너무나도 쉽고 무제한으로 열려 있다는 것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87년 행정고시 30회로 공직에 입문한 김 전 차관은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재부 제1차관을 거친 금융·경제 정책통이다.

그는 현재 블록체인 투자업체 해시드의 컨설팅·리서치 자회사인 해시드오픈리서치(HOR)의 대표로 재직 중이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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