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부산 시행 새 학업성취도 평가, ‘개인’에 맞췄다
맞춤형 평가 핵심사항은
컴퓨터 기반 선택 교과목 응시
그래픽 활용 등 문제유형 다양
학교생활 영역 설문조사 도입
개별 학생 전인적 성장 지원
경쟁교육·사교육 조장 우려
“학력올림 프로그램 도입 계획”
이달 13일부터 컴퓨터 기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가 도입됐다. 부산지역 학생들은 이어폰 등 장비가 보급되는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전수평가 논란과 사교육 조장 등 일각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교육부·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안내자료와 부산시교육청의 설명을 토대로 학업성취도 평가의 핵심 사항을 짚어봤다.
■컴퓨터 활용, 문항도 결과도 ‘다양’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 종이와 펜으로 시험을 치는 방식이 아니라 컴퓨터 기반 평가(CBT)라는 점이다. 컴퓨터나 태블릿PC 등을 통해 평가 시스템에 접속한 뒤 선택한 교과목을 응시하게 된다. 고등학생은 국어·영어·수학, 중학생과 초등학생은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과목을 치를 수 있다.
컴퓨터 기반이기 때문에 문제 유형도 단순선택형·단답형 같은 지식평가 중심의 과거 지필시험과 달리 다양하다. 예컨대, 화면에서 그래프·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끌어놓기 기능을 활용한 ‘그래프/그림 완성형’ 문항, 각도기·계산기·자 등 모의실험 기능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조작·시뮬레이션형’ 문항도 있다. 지필고사의 한계를 뛰어넘어 실제 삶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컴퓨터로 구현할 수 있어, 좀 더 실제적인 맥락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설명이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교과별 교육과정 성취수준인 ‘인지적 측면’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측면’을 파악할 수 있도록 설문조사도 도입했다. 교과 관련 정의적 특성뿐만 아니라 공동체의식·협업·갈등해결과 스트레스 대처 같은 사회·정서적 역량, 수업준비 참여도·학교생활 만족도·학생-교사 관계 등 학교생활 영역을 측정할 수 있다.
평가 방식이나 영역이 다양한 만큼 성적표에 해당하는 평가 결과에도 다양한 내용이 담긴다. 예를 들어 중학생 수학성적표의 경우 1~4단계로 나뉜 성취수준을 바탕으로 수와 연산·문자와 식·함수·기하·확률과 통계 등 영역별 성취율(%), 계산이해·추론·문제해결·정보처리 등 역량별 성취율(%)이 표시된다. 성취율은 전체 문항 수 대비 정답 문항 수 비율이기 때문에 대략적인 점수화가 가능하다. 이에 더해 ‘정의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자신감·가치·흥미·학습의욕’의 정도가 그래프 방식으로 표기돼,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좀 더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다.
■‘맞춤형 보완’ 학교서 가능할까
이처럼 개인별 다양한 평가정보를 통해 개별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 도입 목적이다.
의도는 긍정적이지만, 문제는 평가 이후이다. 학부모 입장에선 성적표를 확인한 다음, 아이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결국 사교육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학부모연대 강진희 공동대표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학부모들은 평가표를 들고 가까운 학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산지역의 경우 하윤수 교육감의 공약에 따라 자율이 아니라 모든 학교가 학업성취도 평가에 참여하도록 하면서, 경쟁교육과 사교육 조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에 대해 부산시교육청은 평가 이후 학생 개인별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보정 교육’이 학교 현장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기초학력 부족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운영해온 ‘학력다짐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보통학력 이상의 학생들을 위한 ‘학력올림 프로그램’도 내년부터 도입해, 보정 교육의 대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초등학교의 경우 부산교대 재학생, 중·고등학교는 사범대 학생들이 참여하는 ‘튜터 제도’를 도입해 개별 지도 기회를 늘리고, ‘학습 도움닫기’ ‘실력 업! 학력 향상 프로젝트’ 등도 준비 중이다.
이에 더해 단위 학교별로 요청할 경우 찾아가는 맞춤형 컨설팅을 진행하고, 교사의 학력상담 역량을 강화해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놓고 학부모가 교사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업성취도 평가의 성취수준에 따라 미흡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평가도구도 개발해 보급할 예정”이라며 “학부모들이 우려하는 점을 잘 반영해, 공교육을 통해 기본적인 학력 신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맞춤형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는 기존 고2와 중3 학생들 중 3%만 표집시행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와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활용해 응시하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학교·학급별로 원하는 날짜에 응시하기 때문에 평가 범위 등에서 차이가 난다. 평가 결과도 일주일 안에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6·중3·고2에 이어 내년엔 초5·고1이 추가되며, 2024년에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9개 학년으로 전면 확대된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