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울경 광역경제권 구축 불씨 살려야
강희경 정치부 차장
제2의 수도권 육성하는 부울경 특별연합
3년간의 논의 끝에 출범했지만 좌초 위기
메가시티 구축은 생존 위한 시대적 흐름
지역 회생 기회 놓치는 우 범하지 말아야
지방 생존과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년간 차근차근 진척돼 오던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특별연합) 사업이 사실상 좌초되는 분위기다.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최근 탈퇴를 선언한 데 이어 김두겸 울산시장도 26일 ‘잠정 중단’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주요 공약이었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같은 당 지자체장의 잇단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김경수 도지사 시절인 2019년 경남도가 초광역 단위의 권역별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며 제안해 본격적으로 추진돼 왔다. 부울경 민주당 광역단체장은 물론 지난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도 공감하며 올 4월 출범했다. 그러나 6·1 지방선거 이후 당선된 국민의힘 단체장 체제의 경남도와 울산시가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경남도는 지난 19일 자체적으로 실시한 2개월간의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명확한 법률적 지원 없는 부울경 특별연합은 비용만 낭비하고 실익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별연합이 아닌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느슨한 협의구조의 특별연합보다 각 지자체와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훨씬 첨예하고 가야 할 길이 먼 행정통합을 불쑥 제안한 것에 대해 사실상 파기 책임을 피하려는 면피용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제 배추씨를 뿌리는 단계에서 배추 수확을 건너뛰고 김장을 하자고 달려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별연합으로 광역교통망 구축, 관광·물류 산업 등을 중심으로 성공 모델을 만들어 지역민과 정치권의 공감대를 더 형성해 가야 궁극적으로 행정통합에 도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경남도가 연구용역 결과 원문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의아하다.
무엇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국가사업이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사업을 지자체가 입장을 바꿔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문제 제기는 국민의힘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도의회에서도 나왔다. 도의회 의장단은 도민 의견 수렴과 도의회 사전 협의가 무시된 발표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을 광역경제권으로 묶어 다극화하는 시도는 2000년대 초반 참여정부 때부터 꾸준히 시도돼 왔다. 그러나 공모사업 위주의 중앙정부가 일률적으로 계획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이러한 정부 주도의 정책에서 탈피해 정부로부터 권한을 이양받은 지자체에서 주도해 권역별로 유연한 광역권을 만드는 것이다. 수도권 인구가 대한민국 인구의 과반을 차지하는 등 지방 소멸의 위기가 가시화되자 이에 대한 위기감이 크게 작용하면서 부울경을 중심으로 메가시티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경남도와 울산시는 특별연합 반대 이유로 광역 교통망 확충에 따른 부산 중심의 ‘빨대효과’와 상대적 소외 문제 등을 거론한다. 각 지역 입장에선 물론 우려할 만한 사안일 수 있다. 그러나 부울경의 각자도생식 전략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드러났고, 이에 정부도 특별연합 추진에 과감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경남도가 행정통합을 내세운 것 역시 메가시티를 통한 광역경제권 구축이 지역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것을 역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경남도가 우려하는 지역 소멸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800만 주민들과 각 지자체가 균형발전과 생존에 대한 염원으로 힘들게 이뤄낸 성과다. 특별연합은 각 지자체가 주도해 유연한 광역권을 만드는 것인 만큼, 지자체의 우려사항은 특별연합 틀 내에서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
정부의 대응도 아쉽다. 경남도와 울산시의 이탈 조짐은 이미 6·1 지방선거 전부터 있었지만, 정부는 중재 역할을 전혀 못 했다. 부울경을 제2의 수도권으로 육성하는 국정과제임에도 경남과 울산을 달랠 수 있는 세부적인 지원책 마련 등에도 소홀했다. 부산시도 수수방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메가시티 구축은 정권과 정파에 따라 좌지우지될 사안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이 아닌 다극 체제는 지역 생존을 위한 전 세계적인 시대 흐름이다. 독일의 뮌헨·함부르크 광역연합과 일본의 간사이 광역연합이 결성돼 이미 대도시권을 형성했고, 미국 전역을 11개 메가 리전(Mega Region)으로 묶겠다는 ‘아메리카2050’ 프로젝트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3년간 논의를 거쳐 힘들게 탄생한 특별연합이 이렇게 맥없이 좌초하면, 광역경제권 구축을 통한 지역 회생 기회는 때를 놓쳐 두 번 다시 안 올지도 모른다. 부울경 생존을 위해 어떻게든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