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철도역 63%, ‘나 홀로 순찰’… 폭력 무방비 노출
1~4호선 109개 역 중 69개 역
2인 역무원 체제로 운영 탓
민원 업무 땐 ‘1인 순찰’ 불가피
노조원 14%, 폭행·성희롱 경험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에서 시민들이 퇴근길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부산일보DB
최근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역사 내 ‘나 홀로 순찰’이 부산에서도 이뤄지고 있어, 역무원들의 근무 환경 개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산도시철도 1~4호선 109개 역 중 69개 역이 2인 역무원 체제로 운영되고 있고 그 외 역사는 3인 이상이 근무하고 있다. 역무원 2명 체제에선 한 명이 민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면 다른 한 명은 ‘나 홀로 순찰’을 볼 수밖에 없다. 이들은 평균 2시간에 한 번씩 역사 승강장·대합실 위주로 순찰을 돌며 위급 상황이나 편의 시설물 파손 여부 등을 확인한다.
1인 순찰이 불가피한 데 반해, 지하철 역무원들은 업무 특성상 불특정 다수와 대면해야 해 폭언과 폭력에 쉽게 노출된다. 부산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이 올 7월 조합원 808명을 대상으로 ‘대면서비스 노동자 실태’ 설문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 최근 1년간 인격 무시, 업무방해, 폭언 등 감정노동 피해를 한 달에 1번 이상 경험했다고 응답한 조합원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폭행과 성희롱을 당한 노동자도 각각 7.6%와 6.3%에 달했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산지하철 대면 서비스 노동자들은 157건의 폭행과 폭언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역무원이 137건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운행 요원 5건, 청소노동자 3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폭행과 폭언에 노출된 지하철 역무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 대책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산교통공사는 2018년부터 이상 징후가 발생할 시 역무원들이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보디캠을 지급했고, 폭언·폭행을 당한 역무원들에게 심리 치료나 법적인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 예방보다는 피해 발생 이후 대책에만 집중됐다는 비판도 있다. 부산지하철노조 조연식 정책부장은 “2인 1조 순찰 근무는 역무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조치로, 근본적으로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력 확충이 가장 확실한 사전 피해 예방책이지만, 예산 문제가 만만치 않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교통공사는 2020년 3148억 원, 2021년 3452억 원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엔 3282억 원 정도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력 확충이 쉽지 않다는 게 부산교통공사 설명이다.
부산교통공사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갑자기 인력을 늘려 2인 1조 순찰 근무 형태를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역무원, 대면 서비스 노동자 등이 폭언과 폭행 피해를 겪지 않도록 예방 대책 방안 마련을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