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경기침체 확률 98%… 정부 대책은 뭔가
최악의 외환위기 상황 가능성
비상한 각오로 난국 돌파해야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원-달러 환율이 이날 1420원 대 초반에서 마감했다. 연합뉴스
한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금융시장 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무엇보다 환율이 문제다. 원-달러 환율의 경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1400원 선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1500원 선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시장에선 올 연말에 1550원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런 환율 급등은 이미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것이다. 당장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았다. 고환율에 따라 외국인 자본이 급속도로 빠져나간 탓이다. 현재 코스피는 2200선, 코스닥은 690선을 위협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외환위기 상황을 우려한다. 그만큼 비상사태인 것이다.
국제 금융가에선 한국의 금융패닉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 투자정보업체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는 27일 “내년에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닥칠 것으로 예상되며, 그 확률은 98% 이상”이라고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당초 전망보다 크게 낮췄다. 이와 관련해 ‘제2의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일본 엔화와 중국 위안화 폭락으로 아시아에서 외국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경우 위기에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로 한국 원화가 꼽힌다고 한다. 결코 가벼이 넘길 수 없는 경고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 당국에게선 다급함이 보이지 않는다.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최근 “현재 상황이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라고 밝혔다. 기업 재무구조, 외환 보유액, 경제 신인도 등이 건실하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에 제출한 현안보고서에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국제 금융가의 여러 경고와는 결이 다른 반응인데,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실제로 최근 들어 외환 보유액이 300억 달러 이상 줄었고 1년 미만 단기외채도 10년 만에 외환 보유액의 40%를 넘겼다고 한다. 정부는 괜찮다고 하지만 현실에선 위기의 징조가 짙어지고 있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정부는 우리 경제는 기초가 튼튼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결국 국제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됐다. 단기외채 비중 증가 등 취약한 외채 구조에다 외환 보유액이 바닥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국민이 겪었던 극심한 고통을 지금 되풀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현재의 환율 폭등을 비롯해 우리 경제에 닥친 위기는 땜질식 처방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막연한 낙관주의는 더더욱 위험하다. 비상사태에는 그에 걸맞은 비상한 각오와 대처가 있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총력을 기울여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할 것이다.